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미국은 이란과 북한 모두에게 최대압박(maximum pressure) 조치를 적용한 바 있다. 이란의 경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했던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며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였다. 특히 산유국 이란의 원유수출을 타겟으로 제재를 단행하였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유사한 전략을 통해 이란을 압박할 계획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미국은 궁극적으로 현재의 중동정세를 안정화시키고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무력화된 아브라함협정을 부활, 중동 세력균형을 변화시키고자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를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동에 대한 관여 수준을 낮추고 미중경쟁에 집중하려는 의도를 보인다.
북한의 경우, ‘화염과 분노’ 발언을 전후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북한에 다수의 ‘최대 압박’ 조치를 취했다. 당시 대북 최대압박 조치는 2017년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의거한 대북 제재, 북한의 불법적인 국제활동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외교적 조치, 그리고 미국의 독자 대북 제재 등으로 구성되었다. 실제로 미국은 2017년 이집트와 북한의 교류를 중단시키기 위해 이집트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후 20여 개국이 이러한 미국의 외교적 노력에 동참했으며, 이를 통해 북한의 제재 회피 시도도 줄여나갈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을 배경으로 미북 정상회담이 이어져 비핵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는데, 당시는 이러한 미국의 최대압박 캠페인에 중국을 포함한 다수의 국가들이 참여했기에 제재조치가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분석되었다.
요컨대 최대압박은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여건 조성을 위해 수행되었다. 그러나 명백히 효과를 낼 수 있는 제재·압박 수단이 있어야만 여건 조성이 가능할 것이다. 이란의 경우 원유수출이라는 제재대상이 존재하나, 북한의 경우 제재 효과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패널이 종료되었고, 러시아와 북한은 이제 상호방위조약으로 밀착되어 식량, 경제지원뿐만 아니라 무기거래와 파병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번 러시아와의 무기거래 이후 북한은 향후 제3국과의 무기거래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기에, 대북 제재해제를 위해 굳이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시작해야할 유인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어느 때보다 미국은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낼 레버리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미국은 지난 세 번의 정상회담에서 제안했던 경제 협력과 외교관계 수립 이상의 협상안을 제시해야할 부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란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미중경쟁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분쟁에 연루·개입되거나, 위기가 고조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고려할 것이다. 물론 트럼프 당선인이 개인의 레거시 차원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선호할 수 있으나, 보다 지정학적 차원에서 중국, 러시아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거래할 수도, 혹은 그 반대로 중국, 러시아와의 거래 결과 북한과의 대화가 시작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 러시아와 거래할 수 있는 현안이 1기 행정부 당시보다도 많을 것이다.
현재 트럼프 정권인수팀 내부에서 북한 정책에 대한 논의는 있었을 것이고, 내년 취임 이후 공식적인 미국의 대북정책 리뷰가 시작될 것이다. 트럼프 2.0 시대는 다양한 분야에서 동맹국과 거래를 시도할 것이나, 한국의 입장에서 중요한 현안은 북한문제이다. 비핵화는 궁극적인 도달 목표이기도 하지만, 과정이기도 하다. 비핵화를 정치화하지 말고 보다 실질적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협상 로드맵을 미국과 서둘러 논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