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개의 설계사’로 문윤성SF문학상을,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로 박지리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화제를 모은 단요작가의 신작 소설 ‘목소리의 증명’이 출간됐다. 강원도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힌 단요작가는 이 소설에서 자신이 태어날 사회를 결정하거나 선택할 수 없이 태어난 개인이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질문한다. 작가가 던지는 “세상에 걸맞은, 필요한, 적절한 사람으로 태어나지 못하면 ‘나답게’ 살 자유가 없는가”라는 의문은 책장을 넘기는 내내 계속해서 따라붙는다.
주인공인 열일곱 살 ‘태서’는 기술을 제한하는 ‘문명재건청’의 통제 아래, 21세기 발전 수준으로 맞춰진 거주구에서 살아간다. 태서는 독특한 인물이다. 그에게는 냉소적인 ‘1호’, 반사회적인 ‘2호’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들은 예의 바르고 체제 순응적인 태서를 ‘3호’라고 부른다. 또, 문제아였던 태서를 감시하려 문명재건청이 집어넣은 인공지능이 3호라고 말한다. 태서는 숨겨진 사실을 알기 위해 가출하고, 어디선가 나타난 요원들이 그를 문명재건청으로 데려간다. 소설 속 폭력적이고 무례한 1·2호의 모습은 모범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3호’를 부각한다. 3호는 인공지능인가, 만약 인공지능이라면 3호를 주입하는 기술이 필요한가, 1·2호는 필요한가. 태서와 독자는 답을 찾아 이야기를 달려 나간다.
단요 작가는 “인간은 나쁨 자체를 똑바로 바라보고 인정하는 동시에 또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방법을 익힘으로써, 이미 주어진 것만이 아니라 자기 의지와 결심에도 무게를 부여”한다며 “자신이 여러 갈래로 나뉜 채 살아간다고 느끼는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성인에게도 이런 탐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즈덤하우스 刊. 304쪽. 1만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