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강원의 점선면]전 세계가 감동한 울림 천년의 숨결을 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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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오대산 상원사 동종

평창 오대산 상원사에 자리하고 있는 국보 ‘상원사 동종’. 신라시대 범종 중 가장 오래된 유물로, 그 역사적·문화적 가치는 상당하다. 높이 167cm, 지름 91cm에 이르는 이 범종은 신라 성덕왕 24년(서기 725년)에 주조됐으며, 현재 남아있는 통일신라 시대의 완전한 범종 세 개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국의 범종은 ‘한국종(Korea bell)’이라는 학명이 따로 있을 만큼 전세계적으로 독창성과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첫 손에 꼽히는 것이 바로 상원사 동종이다. 771년((혜공왕 7년)에 만들어진 에밀레종으로 불리는 성덕대왕 신종보다도 46년이나 앞서 있다. 이처럼 상원사 동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물론 통일신라시대 범종의 아름다움과 예술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범종으로, 독특한 조각 기법과 음향적 특성을 두루 갖춘 문화재라고 할 수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평화의 종(상원사 동종).

◇세계에 울려퍼진 한국 범종의 울림=2018년 2월9일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 무대 한가운데 높이 9m, 지름 4.8m 크기의 대형 종 하나가 등장한다. ‘평화의 종’으로 이름 지어진 이 종은 상원사 동종을 원형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그리고 시작된 카운트 다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그 순간, 웅장하고 청아한 종소리가 빛으로 타종돼 울려 퍼졌다. 바로 상원사 동종의 울림이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이 종소리는 개막식의 감동을 더하며, 전 세계에 한국 범종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개막식은 한국의 자연과 전통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공연으로 꾸며졌고, 그 가운데 상원사 동종의 등장은 한국 고유의 종교적 상징성과 역사적 유산을 표현하는 중요한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상원사 동종의 유래와 역사=상원사 동종은 원래 현재의 위치에 있지 않았다. 조선 예종 1년(1469년), 선왕 세조의 명복을 빌기 위해 안동대도호부 관아의 문루에 걸려 있던 이 종을 상원사로 옮겨와 오늘날까지 보존되고 있다. 안동의 대표적인 향토지인 ‘영가지(永嘉誌)’에 따르면 이 종은 안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예종의 명에 따라 상원사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상원사 동종은 여러 차례의 위험 속에서도 살아남아 현존하는 귀중한 유물로 자리 잡았다. 조선 시대 숭유억불 정책이 극심했던 때에도 이 종은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았다. 세조가 상원사를 원찰로 삼아 종을 보호하도록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세조는 악성 피부병으로 고통받던 중 상원사를 찾았고, 이곳에서 문수보살의 은혜를 입고 병이 낫는 경험을 한 후 상원사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 세조가 사망한 후 그의 아들 예종이 아버지의 뜻을 이어 상원사에서 동종을 보호하게 했다​.

◇국보 ‘상원사 동종’에 새겨진 주악비천상(奏樂飛天像). 사진=국가유산포털

◇목숨으로 지켜내 우리 문화유산=상원사 동종이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암스님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상원사는 물론 오대산 일대의 모든 사찰들이 불에 타 파괴될 위기에 처했지만, 한암스님의 결기로 상원사 동종은 지켜낼 수 있었다. 그는 상원사가 불에 타는 것을 막기 위해 소각을 강행하려는 군인들에게 결사적으로 저항했다.

그 결과 상원사는 불길을 피할 수 있었고, 그 안에 있던 상원사 동종 역시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었다. 한암스님의 이러한 헌신 덕분에 상원사 동종은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무사히 보존되었고, 오늘날까지 그 맑은 소리를 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시 월정사에 있던 ‘선림원지 출토종’이 훼손된 채 발견된 것을 감안하면 한암스님의 헌신이 상원사 동종의 1,300여 년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할 수 있다.

◇상원사 동종의 외형과 조각적 특징=상원사 동종은 그 조각 기법과 장식적 요소에서 매우 뛰어난 예술성을 자랑한다. 종의 맨 위에는 강력한 발톱의 용이 큰 고리를 이루고 있으며, 종소리의 울림을 도와주는 음통(音筒)이 연꽃과 덩굴 무늬로 장식되어 있다. 종의 몸체에는 구름 위에서 무릎꿇고 하늘을 날며 악기를 연주하는 주악비천상(奏樂飛天像)을 비롯한 다양한 조각들이 새겨져 있다.

특히 종을 치는 부분인 당좌(撞座) 주변에는 구슬과 연꽃 무늬가 정교하게 장식되어 있다. 종의 맨 위에 있는 용의 형상은 한국 범종의 독특한 상징적 요소로, 용의 힘찬 모습은 범종의 장엄함을 더해준다. 이 종은 특히 소리의 음질이 맑고 깨끗한 것으로 유명하다. 주조된 지 천 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원사 동종의 울림은 여전히 선명하고 고요한 산사를 가득 채운다. 종의 하단과 상단에는 항아리 모양으로 좁아지는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어, 한국 범종의 고유한 특색을 보여준다.

◇상원사 동종의 상단부분에 있는 용 모양의 큰 고리. 사진=국가유산포털

◇상원사 동종의 문화적 의의=상원사 동종은 한국 종의 발전사를 대표하는 중요한 유물이다. 한국 종은 신라 시대에 그 절정을 이루었으며, 상원사 동종은 그 상징적인 가치로 인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경주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보다도 46년 앞선 시기에 주조된 상원사 동종은 한국 종의 역사적 맥락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종은 단순히 소리를 내는 도구가 아니라, 종소리를 통해 부처님의 자비와 은혜를 전하는 중요한 매개체였다. 상원사 동종은 그 특유의 맑은 소리로 천년을 이어오며, 불교의 가르침과 민중의 염원을 담아내는 역할을 했다.

이 종의 소리는 오대산 깊은 산속에서 울려 퍼지며, 강원도와 한국의 문화유산으로서 큰 자부심을 안겨준다. 또한 조선 왕실과의 깊은 인연으로 인해 보존되었으며, 오늘날까지 그 아름다움과 역사적 가치를 지키고 있다. 상원사 동종이 한국 범종의 상징적인 존재로 남아있는 것은 그 자체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이는 한국 문화재의 보존과 계승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상원사 동종은 신라시대의 예술성이 조선 왕실의 보호 아래 오늘날까지 전해진 독보적인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국보 ‘상원사 동종’ 사진=국가유산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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