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대녕의 소설은 강원도와 꽤나 돈독한(?) 인연 관계인 듯하다. 이 코너를 통해 소개한 단편 ‘소는 여관으로 들어온다 가끔’에서 춘천 청평사를 배경으로 했고, 또 다른 단편 ‘말발굽 소리를 듣는다’에서는 홍천에 있다는 불꽃나무를 언급하기도 한다. 또 ‘은어낚시통신’에서는 원주 남대천과 삼척 마읍천 얘기가 스치기도 한다. 이번에 소개할 ‘대설주의보’도 그 배경은 온통 강원도다.
소설의 줄거리는 윤수와 해란의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다.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던 윤수와 이별의 아픔으로 슬픔에 빠진 해란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 주며 가까워진다. 하지만 해란의 친구 경서의 질투로 인해 둘 사이에는 오해가 생기고 결국 헤어지고 만다. 시간이 흐른 후 일본 아키타에서 우연히 윤수를 다시 본 해란은 그에게 전화를 걸게 되고, 이 전화로 둘은 서로에 대한 감정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해란은 윤수에게 백담사에서 만나기를 제안하고, 윤수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인제 백담사로 향한다. 하지만 그날 강원도에는 폭설로 인해 대설주의보가 내려지면서 교통편이 모두 끊긴 상태. 백담사에 먼저 도착한 해란은 윤수에게 원통에서 하루를 묵고 아침에 들어오라고 권하지만, 윤수는 해란이 혼자 기다리고 있을 것을 걱정하며 결국 택시 기사와 흥정해 백담사로 향한다. 폭설로 덮인 길을 걸어 백담사에 도착한 윤수는 마침내 해란과 재회하고, 그동안 오해와 갈등으로 인해 헤어졌던 시간을 뒤로하고 서로에 대한 깊은 감정을 확인하게 된다.
소설은 이처럼 윤수와 해란이 오랜 시간 동안 오해와 갈등, 그리고 그로 인한 이별을 겪지만 결국 다시 만나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백담사는 소설 속에서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 위해 모든 장애를 극복하려는 윤수의 결연한 의지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험난한 길을 지나 마침내 도착한 백담사는 오랫동안 얽혀 있던 오해와 감정을 풀어내며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는 장소로 그려진다. 이러한 묘사는 강원도 산간 지역의 특수한 겨울 풍경을 배경으로 해, 백담사가 단순한 장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잘 드러낸다. 소설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강원도의 지역적 특색을 강조하며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주인공들이 혹독한 겨울 환경 속에서 겪는 고난과 희생은 결국 그들이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 더욱 빛을 발하게 한다. 백담사의 청정한 자연과 혹독한 폭설을 경험하며 만들어지는 감정적 몰입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작가는 강원도의 여러 지역을 작품 속에 녹여내 이야기에 현실감을 더하고 있다. 백담사는 물론 원통과 대포항, 홍천, 양구 등 강원도의 구체적인 지명들을 통해 독자들이 작품 속 공간을 생생하게 느끼도록 돕고,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소설 ‘대설주의보’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삶의 무상함, 그리고 용서와 화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섬세한 심리 묘사와 흡입력 있는 전개로 담아내며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