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의대생 휴학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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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휘 문화교육부 차장

강동휘 문화교육부 차장

서울대 의대가 독단적으로 학생들의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 정부 의료개혁 정책에 반발해 전국 의대생 대부분이 집단행동의 일환으로 ‘동맹휴학’을 신청, 수업 거부를 시작한 지 7개월 만이다.

이에 대한 전국의 의대 보유 대학 반응을 취재하던 중 한 대학 관계자는 말했다. “사실 휴학을 승인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어요. 서울대가 먼저 나섰으니 당장은 좀 그렇고, 다른 대학들이 승인 시작하면 중간쯤에 끼어 저희도 하려고요.” 전문가들은 역시 의대 큰형님 격인 서울대 의대가 가장 먼저 학생 휴학을 허용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보고 있다.

교육부는 서울대 의대 휴학 승인 소식이 전해진 지난 1일, 곧바로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독단적인 휴학 승인은 정부와 대학이 그동안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 및 학생 학습권 보호를 위해 지속해 온 노력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평소 보도자료에서 점잖은 표현을 쓰던 교육부였는데 이번엔 호통을 치는 듯한 강한 어조가 행간을 통해 전해졌다. 말하자면 괘씸죄다. 그러곤 다음날인 지난 2일 곧바로 강력한 감사에 착수하며 윽박질렀다. 더불어 다른 의대에는 동맹휴학이 승인되지 않도록 종용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7월 발표한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에서 각 대학이 학칙을 개정해 의대생들의 유급을 막을 것을 권고했다. 학생들을 복귀시킨 후 속성수업을 진행해 진급시키라는 뜻이다. 하지만 탄력적 학사 운영은 이미 ‘골든타임’이 지나갔다. 대학생이 들어야 하는 최소 수업일수는 30주, 즉 7개월 반에 해당한다. 벌써 10월이니 물리적인 시간상 불가능하다. 교육부 제안대로 내년 2월까지 학기 종료를 늦추고 1~2학기 수업을 한꺼번에 진행한다면 11월부터 수업받아도 수업일수를 채울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게 이뤄지는 부실 교육은 학생, 교수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도 수용하기 어렵다.

동맹휴학을 철없는 의대생들의 치기 어린 행동으로 치부한 적도 있다. 지금도 그 생각이 180도 달라지진 않았다. 많이들 그럴 것이다. 심지어 현재 각 대학과 의대 사이에서도 휴학을 허락해야 할지, 말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학생들이 복귀하면 해결되지 않느냐고? 교육부는 대학에 학생 복귀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끼어 옴짝달싹 못 하는 대학을 압박해봤자다. 다시 말하지만, 현실적인 수업 골든타임은 지났다.

이쯤 되면 의대생 휴학을 허용해야 한다. 휴학계가 수리되지 않으면 유급 처분이 내려진다. 현 예과 1학년이 유급되면 내년 증원되는 신입생과 합해져 교내에서 교육여건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6년간 지속된다. 학생 개인으로서도 유급 시엔 한 학기 등록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대학은 휴학을 승인하면 등록금을 돌려주게 돼 오히려 손해다. 그럼에도 교육부 지침을 어겨가며 휴학계를 승인하려는 이유는 제자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감과 교육자로서 올바른 ‘본’을 견지하기 위해서다. 더욱이 휴학은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승인을 안 해주면 대학에 법적 책임이 돌아간다. 대학생 휴학 승인에 대해 정부가 한발 물러서는 것처럼 확대해석할 이유가 없다. 학생 개인의 휴학을 의-정 대립의 중심축에 두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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