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소설 속 강원도]초등학생의 시선으로 쫓는 분단의 아픔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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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상징 철원 마을 배경
어느 정도 독립된 10개 단편
섬세한 묘사 감동·울림 전해

분단의 상징적인 땅 철원. 그곳에는 세상과 단절된 채 과거와 현재의 삶이 묘하게 교차하는 공간, 민통선 마을이 있다. 1990년 출간된 장편 ‘민통선 사람들’은 바로 이 민통선 마을의 애환과 삶을 담아낸 작품이다. 올해로 타계 15주기를 맞은 임동헌의 작품인 이 소설은 초등학교 5학년 병오의 시선을 쫓는다.

병오의 가족은 땅과 집을 공짜로 얻을 수 있다는 말에 희망을 품고 철원 민통선 마을로 이주한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냉혹한 현실이었다. 밤마다 울려 퍼지는 대남 방송, 세상 밖으로 나가는 몇 안 되는 버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 그리고 민통선 마을만의 독특한 관습까지. 모든 것이 낯설고 힘겨운 병오네 가족. 그들은 과연 이곳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병오의 가족은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하지만 고모는 말 못 할 아픔을 안고 마을을 떠나고, 어머니마저 지뢰 사고로 목숨을 잃으면서 가족은 결국 마을을 등지게 된다. 공짜로 얻었던 집과 땅을 뒤로한 채, 그들은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간다. 충청남도 서산 출신이지만 어린 시절을 철원에서 보낸 임동헌은 민통선 마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소설을 집필했다. 특히 외지인의 시선으로 민통선 마을을 바라보는 병오 가족을 통해 독자들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민통선 마을의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민통선 사람들’은 단순히 민통선 마을 사람들의 삶을 그린 소설이 아니다. 그 속에는 분단의 아픔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그리고 삶과 죽음이 혼재된 민통선 마을의 특수한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임동헌 작가는 섬세한 묘사와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을 선사한다. 특히 장편이지만, 10개의 단편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각 단편은 독립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민통선 마을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 속 인물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특수한 환경 속에서 희로애락을 경험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독자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를 되돌아보게 된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분단의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또, 진정한 희망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말이다. 소설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독자들은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임동헌은 ‘민통선 사람들’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문학적으로 승화시켰다. 그의 소설은 단순히 과거의 아픔을 되새기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한다. 소설은 출간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것은 그 안에 담긴 인간의 보편적인 삶의 모습과 분단의 아픔이 시대를 초월하여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분단의 아픔을 넘어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민통선 사람들’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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