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제327회 속초시의회 임시회에서 기획재정부 소유의 청호동 1341-5번지(2만5,692㎡)를 속초시가 매입하여 문화·복지 ·체육·행정 타운을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 ‘2023년도 제2차 수시분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이 상정돼 가결되었다. 그리고 2024년 본예산 편성 당시만 해도 속초시는 국유지 매입 계약금 27억5,000만원을 예산에 편성하면서 시민들과 시의회에 다시 한번 사업의지를 명확히 표명하였다.
그런데 속초시의 입장이 불과 몇 개월만에 매입의사를 철회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당초 보고한 부지 활용계획안에 스포츠파크, 워케이션센터, 청호동 주민센터 이전, 바다 쉼 공원 조성, 문화공간 아바이 조성사업 등을 내세워 속초시의회는 물론 시민분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으나, 현지실사를 통해 계획 당시 고려하지 못한 진출입로 폐쇄와 낮은 토지 활용도 등의 문제점을 이유로 사업추진을 취소하겠다고 한 것이다.
고려하지 못한 문제는 더 있었다. 당시 담당 부서장에 따르면, 캠코에서 해당 계약은 속초시 필요에 의한 수의계약으로 소유권 이전 시기와 상관없이 매매계약과 동시에 관리주체가 변경되므로 무단점유분 정리 주체는 속초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해당 부지에 있는 오수펌프장을 비롯한 12건의 대부계약과 61건의 토지 무단점유까지 고려한다면 당초 예측하지 못한 예산과 행정력이 낭비되어 공유재산 매입계획을 취소하겠다는 것이었다. 속초시 결정에 많은 기대를 가졌던 청호동 주민들은 의견 수렴 없는 부지 매입 취소 결정에 반대하고 곳곳에 현수막을 게시하며 속초시의회에 이 같은 결정을 막아달라 요청하였다.
이에 속초시의회에서는 집행기관의 안일한 행태에 대한 질타에 이어 향후 지가 상승에 대한 부분을 고려하여 우선 매입하고 대부계약 종료 시점을 고려한 개발 시기 조정과 무단점유자 정리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보자는 제안을 하였다. 그러나 시의회와 주민들의 반대에도 속초시는 올해 5월에 열린 제334회 속초시의회 임시회 에서 해당 부지 취득 취소를 골자로 한 ‘2024년도 제1차 수시분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속초시의회에 제출하였으며, 결국 의원 전원 만장일치로 부결된 바 있다. 고심 끝에 속초시가 청호동 부지 매입 의사를 밝히며 향후 활용방안에 대해 논의해보자고 제안한 것은 지속적으로 본사업을 추진하라고 주장한 속초시의회로서는 반길 일이다.
다만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행정의 미진한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점을 미리 알았음에도 제반 사항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는 것은 요즘 같은 경기 불황에 시민 혈세를 속초시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청호동 내에 인프라 조성 공간은 극히 제한적임에도 속초시가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고자 했던 점은 개발격차로 인한 지역 격차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했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소통이 없는 행정, 왔다갔다식 행정으로 부지 매입이 무산되었을 때 청호동 주민분들이 느꼈을 실망감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일방적인 행정으로 결국 직격타를 받는 것은 지역주민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해당 부지를 매입하기로 결정한 만큼 앞으로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지켜볼 일이나, 투입되는 비용과 더불어 주민 만족도와 지역 경제효과 유발 등 파생되는 효과도 행정에서 주의 깊게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 호시우행(虎視牛行), 판단은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상황을 관찰하여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행동은 소처럼 신중하고 끈기 있게 해주기를 시민을 대표하는 속초시의회로서 속초시에 당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