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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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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담배가 처음 들어온 시기는 임진왜란 때다. 그 당시에는 약초로 여겨져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 즐겼다고 한다. 남쪽에서 전래된 신령스러운 풀이라고 여겨 ‘남령초(南靈草)’, 한 번 빨아 습성이 되면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다고 해서 ‘상사초(相思草)’라고도 했다. 지독한 애연가로 알려진 정조는 “여러 가지 식물 중에 사용함에 이롭고 사람에게 유익한 것으로는 남령초만 한 것이 없다”며 적극 권장하고 1796년 규장각 문신들에게 ‘남령초의 이로움을 논하라’는 시험문제를 냈을 정도다. ▼반면 숙종은 전국에 금연령을 내렸다. 담뱃불로 민가와 관청이 화재 피해를 입는 일이 빈발한 데다 몇몇 읍이 잿더미가 되자 격노해 취한 조치다. 조선시대 인조는 어전회의를 할 때 나이 든 우의정이자 자신의 사돈이었던 장유가 긴 담뱃대를 꺼내 물고 담배를 피우자 “우의정,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안 되겠소. 이제부터는 어전에서 담배를 피우지 마시오”라고 영을 내렸다. 왕의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조선시대 내내 유학자들 간에도 흡연 찬반 논쟁이 끝없이 이어졌다. ▼1954년 미국 의사 쿠퍼가 담배 연기에서 벤조피렌이란 발암물질을 찾아내면서 담배의 위상은 크게 떨어졌다. 이후 담배연기엔 60여종의 발암물질과 4,000여종의 유해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담배 유해론이 확산됐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길거리 흡연을 금지하는 조례를 앞다퉈 만들었고 정부도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2015년부터 커피점, 호프집을 포함, 전국의 모든 음식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강원지역 담배사용률(전자담배 포함)은 24.7%로, 2022년에 비해 1.8%포인트 올라 전국에서 가장 증가율이 높았다. 폐암으로 2002년 타계한 도 출신 코미디 황제 고(故) 이주일 선생은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라고 했다. 세계 각국의 담배와의 전쟁은 이제 담배 없는 세대, ‘노담 사피엔스’를 지향하고 있다. 금연을 결심했다가 잘 안 됐다면 다시 담배 끊기에 나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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