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달팽이 눈이 되다”<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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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달팽이도 집이 있다.”란 “까막까치 집이 있다.”라는 속담과 마찬가지로 달팽이도 집이 있는데 하물며 사람이 어찌 집이 없겠는가를, “달팽이 눈이 되다.”란 핀잔을 받거나 할 때 움찔하거나 겸연쩍어함을, “달팽이 뚜껑 덮는다.”란 입을 꼭 다문 채 좀처럼 말을 하지 않음을, “달팽이가 바다를 건너다니”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 말할 거리도 안 됨을, “지나가는 달팽이도 밟아야 굼틀한다.”란 가만히 있는 사람도 누가 건드려야 화를 내고 덤빔을 빗댄 말들이다. 여기서 ‘바다를 건너는 달팽이’란 바다에 사는 소라 따위를 뜻하는 것이리라.

달팽이(와우, 蝸牛, land snail)는 연체동물의 복족류(腹足類)로 땅(육지)에 산다. 아마도 밤하늘의 둥근 ‘달(月)’을 닮았고, 얼음판에 지치는 팽글팽글 돌아가는 ‘팽이’를 닮아 ‘달팽이’로 이름 지어진 것이리라. 하늘의 달과 땅의 팽이, 둘의 짝지음이 썩 마음에 든다.

옛사람들은 달팽이를 ‘蝸牛’라 불렀으니 ‘蝸’는 달팽이, ‘牛’는 소라는 뜻으로 행동이 소처럼 느릿하다는 뜻이 들었다. 가운데귀(중이, 中耳)를 거쳐 온 소리 진동을 청신경에 전달하는 속귀에 있는 ‘와우관(蝸牛管)’이 ‘달팽이관’이다.

느림뱅이 달팽이를 닮아보리라! 아무튼 굼뜨지만 꾸준한 거북이가 재빠르고 날쌘 토끼를 이기더라!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또 꾸준하면 경주(달리기)에서 이긴다(Slow and steady wins the race.)라는 말을 기억하라.

달팽이의 모나지 않은 둥그스름한 모습과 어눌한 됨됨이 탓에 어쩐지 절로 살가운 마음이 들고 사뭇(마구) 끌린다. 사실 필자는 그 많은 생물 중에서 보잘것없는 달팽이․ 조개․ 고둥 따위(연체동물)를 전공하는 사람으로 달팽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지라 별명이 ‘달팽이 박사(Dr. snail)’이다.

그런데 달팽이를 눈여겨 살펴보면 신기하게도 더듬이(촉각, antenna) 넷을 가진 특별한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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