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7개월째 접어든 가운데,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의료대란을 끝내기 위한 대통령과 국회의 결단을 촉구하며 단식 투쟁을 시작했다.
임 회장은 정부가 의대 증원과 간호법 등에 대한 입장 변화를 보일 때까지 무기한 단식을 이어갈 계획이다.
임 회장은 26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공무원과 폴리페서들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벌인 의사 악마화와 국민을 기만한 거짓 선동으로 전공의들과 학생들이 진료현장과 교육현장에서 떠난 지 벌써 6개월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현장에서는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교수님들은 버티고 버티다 번아웃(소진)돼서 조용한 사직이 이뤄지고 있다"며 "지방에선 위급한 임산부가 갈 데가 없어서 119구급차 안에서 출산하고, 서울에서조차 사고로 사지를 다친 환자, 위와 기관지에서 피를 토하는 환자를 받아줄 병원이 없어서 숨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의료는 사망 직전으로 국민 생명은 속수무책으로 위협받고 있다"며 "의협 회장으로서 단식을 통해 진심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임 회장은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정부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까지 단식을 이어갈 계획이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이 사태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가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주십사 저희가 간절히 호소하는 방식"이라며 "정부의 입장 변화가 있을 때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2일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간호법이 보류됐지만 정부는 여전히 강행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며 "(정부는) 입장 변화 없이 전공의들과 학생들의 요구를 무시하면서 오히려 의사 역할을 원하지 않는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를) 할 수 있게 하는 잘못된 정책을 강행할 의지를 계속 보이고 있어 회장님이 이런 (투쟁) 방식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대변인은 의협이 정부에 요구하는 입장 변화는 "의대증원과 간호법,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 논의 모두를 포함한 것"이라며 "의미 있는, 실효성 있는 논의를 의료계와 하겠다는 정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일 언론에서 응급실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나오고 있다"며 "정말 날이 덥고 단식하기에 정말 위험한 상황이지만, 국민들이 처한 상황이 더 위급하고 시급히 정부의 결단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태에 책임이 있는 책임자들의 경질을 요구하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의료악법 중단, 의개특위 논의 중단을 포함해 정부가 의료계와 실효성 있는 대화 의지를 보여주셔야만 이것이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 회관 앞에는 임 회장의 단식 투쟁을 위한 천막 농성장이 세워졌고, 천막에는 '대통령과 국회는 즉각 결단하여 의료붕괴를 막아 국민의 생명을 구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임 회장은 "국가의 존립 이유 중 국민생명을 구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며 "이제 국민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이 국가적 의료위기 상황을 수습하는 길은 오로지 대통령과 국회가 나서서 결단하는 길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국회에 마지막으로 호소한다. 더 이상 방관 말고 이 의료대란을 끝내겠다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의대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으로 의료체계가 붕괴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당장 멈출 것을 촉구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날 입장문에서 "정부의 독단적인 정책으로 초래된 한국 의료의 붕괴는 이미 시작됐다"며 "지금 당장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멈추지 않으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의료 붕괴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정부의 무모하고 독단적인 의대 증원은 의료계 전반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단순한 정책 실패를 넘어 국가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태"라고 진단했다.

전공의 대부분이 사직했고 하반기 전공의 모집도 파행하면서 과중한 업무에 지친 교수들마저 하나둘 병원을 떠나고 있어 현장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더욱이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도 지속하고 있어 내년에 새롭게 배출되는 의사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내년부터 신규 의사와 전문의 배출이 중단돼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한국 의료가 붕괴할 것"이라며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방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정부는 위기를 외면한 채 현실성 없는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 등으로 문제를 은폐하려 한다"며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중단된 교육과 수련을 단기간에 만회하려는 시도는 의료인의 자질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충분한 교육을 받은 의사들이 진료 현장에 투입된다면 오진과 의료사고의 위험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정부는 즉각 학생들의 휴학을 승인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라"고 밝혔다.
전의비는 정부를 향해 의료계와 충분히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는 의대 증원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건 물론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진지하게 고려해달라"며 "국회 역시 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정부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하라"고 밝혔다.
이어 "교수들은 국민 건강을 위해 끝까지 현장에서 정부가 포기한 필수진료가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국민들과 여야 정치인들은 정부의 독단적 정책을 멈춰서 의료 붕괴를 막아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