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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상기후에 고랭지 채소 피해, 기후재난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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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평창, 정선, 삼척 등 고랭지 지역을 중심으로 축구장 약 196개 면적(140만㎡)의 배추밭에서 배추의 줄기와 뿌리 부분이 무르고 썩는 ‘무름병’이 발생, 농민들이 여름철 수확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처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올 6월부터 대관령의 최고기온이 30도까지 오르는 등 무더위가 이어지며 도내 고랭지에서도 무름병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강원지방기상청에서는 고온 다습한 찜통더위가 이달 중순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피해 면적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급격한 기후변화에 이제는 시원했던 고랭지의 농작물마저 피해를 입는 위기를 맞고 있다.

당장 농산물 가격 상승도 걱정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여름 배추 생산량이 33만9,545톤으로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7.2%, 9.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8월 배추(10㎏) 도매가가 1만6,000원으로 전월과 전년 대비 각각 53.1%, 19.3% 높을 것으로 봤다. 열악한 날씨에다 고랭지 배추 재배 면적이 10%가량 줄고, 폭염에 작물이 녹아내리는 무름병까지 번지고 있어서다.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도 25만7,000마리나 된다. 기후변화로 농작물이 병들고 가축이 폐사하는 등 농축산업 피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고랭지 배추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매일 농산물 수급 안정 회의를 열어 가격 동향을 점검 중이지만 심각한 수급 악화에 가격 안정에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는 기후재난으로 가중될 고물가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따라서 비축 물량 방출에만 의지해서는 안 되며 장기적으로 외국산 과일 개방이나 유통구조 개선도 추진해야 한다. 농산물 가격은 변수가 많아 변동 폭을 예단하기 어렵다. 정부가 가격 관리를 낙관하더라도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를 변수를 늘 염두에 둬야 한다. 폭우와 폭염에 이어 예년처럼 8월 중순부터 태풍이 발생하면 농산물 수급이 영향을 받는다.

기후재난에 그대로 노출된 농민들의 시름이 가실 새가 없다. 작황이 좋지 않으니 소비가 줄고 생산 현지의 상품 가격과 농촌 소득은 뚝 떨어지고 있다. 우선 직·간접적인 피해를 구제·보상할 대책이 절실해졌다. 또 일상의 안전과 생계를 위협하는 기후재난을 불가항력의 천재지변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유엔 사무총장이 ‘지구 열대화’를 경고한 기후위기를 이미 닥친 현실로 받아들이고, 장·단기적으로 재난관리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밥상물가를 서둘러 잡고 기후재난 대처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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