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학교복합시설이 지역소멸을 막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내가 사는 소도시 철원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최근 철원군과 철원교육지원청이 협력해 학교복합시설 공모사업에 도전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학교복합시설이란 교육·돌봄 및 지역주민의 평생교육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교육청이 협력해 학교의 유휴부지 등에 공연장, 도서관, 체육관 등을 설치하는 복지시설이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 유휴공간이 늘면서 정부에서는 ‘학교복합시설 활성화 방안사업’을 통해 학교복합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기존에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학교 공간을 학생이 사용하지 않을 때만 주민에게 일부 개방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처음 건립 추진 때부터 이용 대상을 지역 주민 전체로 한다는 것이 주요한 특징이다.
철원군과 같은 군단위 지역은 학생들의 방과후 교실이나 지역 주민들의 여가 시간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그리 많지 않다. 어떤 시설이든 수요가 많은 지역에 들어서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질 수 있으나 이번 공모 사업의 중요한 취지 중 하나는 교육, 문화 등 관련 시설이 부족한 지역에 국고를 지원받아 인프라를 구축,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주민들의 문화·여가 활동을 증진하는 것이라 사료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현재 철원군은 응급실에 실려 와 인공호흡기를 물고 있는 중환자나 다름없다. 국방개혁으로 군부대가 재배치되면서 급격히 인구가 줄어들었다. 또한 저출산·고령화의 시대적 흐름도 작은 지자체 하나만의 힘으로는 막아내기에 역부족이다. 현재 철원군의 인구는 4만명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지만 곧 3만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상가 유리창에는 임대라는 글자만 거미줄과 함께 걸려 있고 내수는 위축돼 꽁꽁 얼어붙었다.
학교복합시설은 공모만으로 설치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지자체와 경쟁해 사업대상자로 선정돼야 한다. 특별한 국가균형발전의 수혜도 없고 지방 살림살이도 전국 최하위인 철원군은 대규모 교육인프라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기회가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철원군이 학교복합시설을 유치하면 장점이 상당하다. 학교복합시설을 유치하려는 대상 부지는 신철원 중·고 뒤편에 매우 넓은 공간이다. 별다른 쓰임새 없이 그야말로 공터로 남아 있는 부지로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일부를 공원으로 사용하고는 있으나 관리가 미흡해 개발·관리가 필요한 공간이었는데 이 같은 고질 민원을 해결할 수 있다. 주변에 초·중·고교와 7개의 아파트가 위치해 청소년과 지역 주민에게 고른 혜택이 주어진다. 노후화된 청소년 시설(청소년회관 등)을 한 곳으로 이전해 좀 더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도 어필할 매력이다. 특히 이 복합시설은 일반인들의 접근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학교 공간이 아닌 분리된 별도의 장소에 마련되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 다른 신청 도시와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이번 공모사업은 열악했던 교육·문화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지역 주민들의 상생 공간이 될 것이며 나아가 지역소멸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 여건에 맞는 우수한 학교복합시설을 설치해 질 높은 교육 환경과 주민 여가 환경을 제공하려는 철원군과 철원교육지원청을 큰 목소리로 응원한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에 지자체와 교육청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학교복합시설 건립으로 지역 내 새로운 활력소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