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잡음에도 불구하고 파리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경기장 내부는 축제 분위기였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람객들은 자국 선수를 열렬히 응원하면서도 메달리스트에게 환호의 박수를, 다른 선수들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지난 29일(현지시각) 수영 남자 자유형 200m결승이 열린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 (Paris La Défense Arena). 본보 기자가 갖고 있는 이번 올림픽 유일한 관람 티켓을 갖고, 경기 시작 1시간30분 전부터 줄을 섰다. 각국 선수들을 응원하기 몰려든 관람객들로 경기 시작 전 부터 1㎞에 가까운 긴 줄이 만들어졌다.
간단한 소지품 검사 후 경기장에 들어섰다. 라데팡스 아레나는 공간 변형이 가능한 모듈식 구조로 지어져 잔디구장을 공연장으로 전환할 수도 있고 수영장으로 변환시키는 것도 가능한 곳이다. 수영장 내부는 순식간에 수 만명의 사람들로 가득 찼고, 넓디 넓은 공간에 빈 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경기 시작 직전,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디제잉 공연과 수영장의 물을 배경으로 한 미디어아트에 관람객들은 환호성을 보냈다. 이내 시간에 맞춰 경기가 시작됐다.
남자 자유형 200m 결승 진출 유력 후보였던 황선우(강원도청) 선수는 없었지만 관람객들의 태도가 돋보였다. 이들은 본인들이 응원하는 선수의 이름을 목이 터져라 외치면서도 경기가 시작되면 경기에 집중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의 국가(國歌)가 흘러나올 때면 모두 자리에 일어서 축하와 존경의 마음을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파리올림픽은 유독 세계 수영 선수들의 기록이 저조한 편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그 원인으로 라데팡스 아레나의 낮은 수심도 지목된다. 수영장 수심이 얕으면 더 거친 물살이 만들어져 체력 소모가 커진다는 지적이다. 라데팡스 수심은 파리 2024 계획이 승인될 당시의 최소 기준인 2m를 넘어선 2.15m로, 세계수영연맹이 권장하는 수심 3m나 새로운 최소 기준인 2.5m에는 못 미친다.

프랑스 국기를 비롯해 전 세계 국기가 휘날리는 가운데 태극기를 흔드는 관객도 보였다. 다가가 말을 걸었다. 6개월 전부터 이 경기만을 기다렸다는 서지원(23)씨.
그는 “평소 수영 종목 팬이어서, 군인 시절 이 경기를 보기 위해 티켓을 예매했다”며 “한국 선수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태극기를 흔들고 경기를 즐기려 했다.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남은 경기 한국 선수들이 더 힘내서 경기를 즐기고 좋은 결과도 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 응원하는 선수가 메달을 목에 걸었건 그러지 못했건 밝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나서는 관람객들을 보며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만이 아니라는 올림픽의 정신을 다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