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지난 1일 저녁시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역주행하며 인도를 덮쳐 9명의 사망자를 낸 운전자 차모(68) 씨가 30일 구속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김석범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교통사고 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를 받는 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 43분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도착한 차씨는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인가' 등 취재진 질문에 연신 "죄송하다"고 답했다.
차씨는 법정에 들어서면서 "돌아가신 분과 유족들께 너무너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갈비뼈 골절로 수도권의 요양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온 차씨는 오른쪽 다리를 절며 법정으로 향했다.
모자를 눌러쓰고 안경과 마스크를 썼으며 휠체어나 목발을 이용하지는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차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께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오다가 가속하며 역주행해 인도에 있는 행인을 덮쳤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차씨 부부를 포함해 7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총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6명은 현장에서 숨졌으며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들은 50대 남성 4명, 30대 남성 4명, 40대 남성 1명이다.
경찰은 지난 24일 범죄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피해 규모가 크고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차씨가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 점 등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차씨는 운전자 과실로 인한 사고 가능성이 크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와는 달리 세 차례 경찰 조사에서 줄곧 차량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차량이 갑자기 급가속을 해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사고 당시 차에 함께 타고 있던 60대 아내 A씨를 지난 2일 불러 참고인 신분으로 1차 조사했다. A씨 역시 기존과 마찬가지로 '브레이크, 제동장치가 안 들은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 초동 조사 결과를 보면 급발진 주장과 배치되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차씨가 몰던 제네시스 G80의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 중인 경찰은 이를 토대로 차씨가 사고 직전 가속페달(액셀)을 강하게 밟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또 주변 CCTV를 분석한 결과 차량이 역주행할 때 보조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 전 구간에서 차량의 스키드마크(Skid mark)도 발견되지 않았다. 차씨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거나 약하게 밟아 급제동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이 약해지는 정황으로도 볼 수 있다.

채널A 보도에서도 지난 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운전자 차씨의 신발을 감식한 결과, 엑셀 페달 흔적이 뚜렷하게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과수 분석 결과 평소에는 액셀 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을 아무리 세게 밟는다고 해도 신발 밑창에는 쉽게 자국이 남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통사고 시에는 사고 등 강한 충격이 순간적으로 가해지기 때문에 마찰이 생겨 신발 밑창에 페달 흔적이 남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국과수는 사고 당시 차량 속도가 시속 100km 이상을 기록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해당 내용들을 토대로 사고 원인에 대해 차 씨의 과실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