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월요칼럼]강원! ‘제조 업’고 튀어

박정규 한국은행 강원본부장

만약, 당신의 최애(最愛)를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주인공 임솔은 과거로 수차례 타임 슬립하며 자신의 최애 류선재를 살리기 위해 사활을 건다. 우리나라의 최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GDP의 가장 큰 비중(27.6%)을 차지하는 제조업이 우리의 최애 산업이라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강원의 명목 GR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8%로 현저히 낮다. 과거로 돌아가 강원 제조업을 살릴 기회가 생긴다면,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강원지역 제조업이 크게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중 핵심은 교육이다. 미국의 스탠퍼드와 UC 버클리 대학 주변으로 실리콘밸리가 형성된 것처럼 뛰어난 이공계 대학이 많은 지역은 제조업이 발달해 있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대학평가(QS)의 공학기술(Engineering&Technology) 부문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대학이 수도권과 경상권에 몰려 있으며 해당 권역의 제조업 부가가치는 전국의 69.3%를 차지한다.

강원의 이공계 대학 사정은 어떨까? 한림대와 강원대가 QS 평가의 의학, 농업 분야에서는 높은 순위를 기록한 가운데 공학기술 부문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는 서울대(20위), 포항공대(58위) 등 다수의 수도권과 경상권 대학들이 세계적인 수준을 보이는 것과 온도차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내 대학-기업 간 협력도 아쉬운 상황이다.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특화 교육과정 이수 시 취업을 보장하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전무하다. 경북대 모바일공학과 졸업생의 경우 삼성전자로 취업이 보장돼 도내(구미) 취업이 용이하다.

강원의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이공계 우수인력 확충과 대학의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 지난해 강원대·강릉원주대와 한림대는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돼 5년간 1,000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우수 교수진 확보와 연구 환경 개선 등 교육 인프라에 아낌없이 투자할 기회다.

장학금 지원 금액과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 QS 평가 공학기술 부문 260위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재학생들에게 학비 전액과 월 생활비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세계 최상위권 공과대학에 파견하는 등 최고의 교육 환경을 제공한다. 그 덕분에 학생들은 학업과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다. 교육의 질적 향상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이와 더불어 도내 대학과 기업이 협력하는 상생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우선 계약학과를 신설해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를 벤치마킹해 볼 수 있다. RTP에는 듀크대(Duke Univ.)와 같은 세계적인 대학이 인접한 곳에 연구기관을 설립해 역내 연구역량을 극대화했다. 강원에도 리서치파크를 만들어 도내 이공계 인재들의 연구 성과가 제조업 발전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제조업의 발전은 교육 재투자를 늘리고, 더 많은 인재를 낳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주인공 임솔은 과거를 변화시켜 자신의 최애인 선재를 살려낸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1초만 지나도 과거가 될 바로 지금이 강원 제조업을 구할 적기가 아닐까. 교육이 제조업이라는 주인공의 열렬한 팬이자 변화의 씨앗이 돼주길 바란다. 그 과정에 든든한 조력자인 도(道)가 있다면 더욱 빠르게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강원! 제조 업고 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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