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연극 생태계와 축제문화의 변화

진남수 호원대 교수

춘천 사람이라면 누구나 춘천의 또 다른 이름 ‘봄내’를 알겠지만, 처음 발길을 들이는 사람들은 “봄내가 춘천? 이야! 좋다!”며 미소를 띠며 무릎을 친다. 참 소박하고 포근하면서도 힙한 이름이다. 춘천시청에서 길 건너 언덕 위에는 춘천연극제의 ‘봄내극장’이 있다. 이 극장에서 지난 5월18일, 춘천연극제에서 주최한 문화예술인 육성사업 종합발표회와 수료식이 있었다. 연극을 좋아하고 무대를 꿈꾸는 강원도민들은 20회 차의 강의와 연습을 모두 마친 후 대망의 무대에 섰다. 10대에서 80대에 이르는 시민들을 ‘봄내극장’으로 달려오게 한 힘은 무엇일까? 춘천연극제는 왜 문화예술인 육성사업에 이토록 진심으로 매달리는 것일까?

요즘은 웬만한 지역 도시 어디를 가든 예술의 전당이 있고, 문화회관이 있다. 하지만 번듯하게 지어져 있는 극장에 들어가 보면 정작 주인이어야 할 예술가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물적 시설의 확충을 인적 자원의 역량과 지역민의 참여가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춘천은 다르다. 지역문화와 생활문화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 춘천이고, 봄내극장이다. 봄내극장에서는 지역문화 활동가와 행정가, 예술가와 시민 참여자가 문화예술 교육과 성과를 함께 나누며 지속적인 발전을 해 나가고 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살피고 돌보기를 1년 365일 지속하는 예술농장인 셈이다.

봄철에 아카데미에서 기초교육을 받은 시민들을 위해 곧이어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고, 여름에 매년 개최되는 춘천연극제 기간에는 시민연극이 중심이 된 ‘소소연극제’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이처럼 꾸준한 교육과 관리로 정성을 들인 결과, 지난해에는 노력에 따른 풍성한 결실도 있었다. 6년간 지속된 아카데미 교육을 통해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받아 온 20여명의 시민이 2023년 시민극단 ‘봄내’를 만들어 제주에서 열린 제2회 대한민국 시민연극제에서 대상과 연출상을 비롯한 5관왕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춘천연극제는 일상을 축제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유독 뚜렷이 보인다. 코미디 페스티벌로 극장의 문턱을 낮추고, 구경꾼과 주인공의 경계마저 허물어, 만남의 장소이며 경험하는 곳이라는 극장 본연의 가치를 구현하고자 하고 있다. 그렇다면 연극과 축제는 참여자와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초의 연극이 축제에서 비롯되었으니, 연극의 정신은 축제정신과 일맥상통한다 할 수 있다. 축제를 통해 우리는 해방의 자유와 창조의 희열을 경험하고, 그 경험은 공동체를 결속시켜 보다 나은 사회의 비전을 공유하게 한다. 많은 예술 중에서도 연극은 참여자 간의 신뢰도를 유독 크게 높이는 예술이다.

지역민들의 연극 활동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개인적 경험일 뿐 아니라, 민주적인 공동체를 발전시키고 지역의 문화정체성을 강화하여 지역사회에 유대감과 신뢰, 자긍심과 활기를 불어넣는 사회적 활동이기도 하다. 아카데미 교육사업으로부터 출발하여 쉼 없이 동행하며 시민과 함께 걷는 춘천연극제의 행보는 현재 많은 타 지자체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향후 전개되는 발전 양상에 따라 앞으로 우리나라의 연극 생태계와 축제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춘천연극제와 시민들의 이 행복한 동행이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멀리까지 이어지기를, 라일락 향기 날리는 이 축제극장이 매일매일 아름다운 사람들로 북적이기를 함께 기대하며 응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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