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밖은 위험하다. 혈기 왕성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학생들을 관리·감독하며 인솔하는 책임을 지고 현장체험학습을 가야 할 교사들에게 하는 말이다. 현장체험학습 관련 업체의 한 관계자는 2023년도에 비해 올해 현장체험학습 신청이 40%나 줄었다고 한다. 여태 잘 다니던 현장체험학습을 갑자기 중단한다고 하니 어떤 학교 학부모는 해당 학교 교사를 직무 유기와 아동학대로 고소한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체험학습은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에서 교사가 재량껏 넣은 활동일 뿐 의무사항이 아니다. 교사를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만든 요인은 다른 곳에 있다.
2022년 10월 경찰청은 도로교통법 제2조 제23호 등을 들어 교육과정 목적으로 이뤄지는 비상시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어린이의 이동은 ‘어린이의 통학 등’에 해당한다는 법제처의 해석이 담긴 공문을 교육부에 보냈다. 그 공문에는 법제처 유권해석에 대한 후속 조치로 교육부에 ‘전세버스를 현장체험학습 등에 비정기적으로 운행할 경우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를 준수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2023년 8월 경찰청이 단속을 시작한다고 하니 교육부는 뒤늦게 그 내용을 각급 학교에 전달하며 큰 혼란을 빚었다. 많은 학교가 체험학습을 취소하고 난 뒤에야 교육부는 단속하지 않는다며 현장체험학습을 그대로 진행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문제는 어린이 통학버스를 타지 않고 현장체험학습을 가다가 사고가 나면 그 책임을 누가 지느냐에 있다.
2022년 속초로 현장체험학습을 간 초등학생이 운전기사 부주의로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인솔교사 두 명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교사는 예측할 수도 없었던 상황에서 벌어진 사고에 대해 인솔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책임을 안게 된 것이다. 안전 매뉴얼에 따라 착실히 진행했지만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책임까지 지는 것은 그 정도가 과하다.
안타깝게 사고를 당한 아동에 대한 애도는 당연하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사고까지 교사에게 무한책임을 지우려 한다면, 의무도 아닌 현장체험학습을 가려고 할 교사는 없다. 이것은 교사와 학부모가 대립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정교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교사, 학생, 학부모, 관련 업체가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교사 개인에게 모든 책임이 뒤따르는 학교안전법, 교원지위법, 도로교통법을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야 한다. 학생과 교사, 모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한 상태에서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한다. 이 문제와 관련해 모두가 안전한 현장체험학습이 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 특히 교육부를 중심으로 관련 부처들이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