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창의 이야기꾼 김도연이 최근 우화소설 한 편을 상재했다. 6일 개막한 ‘강릉단오제’ 의 이야기가 소설의 중심을 지지하고 있다.
신목(神木)이 된 단풍나무 ‘풍’이 그 주인공이다. 소설의 제목은 ‘풍의 여행’이다. 신목이 돼 강릉으로 내려온 ‘풍’의 파란만장 여행기라고 할까. 그 안에는 우정이 있고, 웃음이 있는가 하면 짠한 이별의 감정까지 존재한다. 생생한 강릉단오제의 모습을 담아낸 것은 물론이다. 왜 신목을 주인공으로 했을까. 그런 상상 너머에는 김도연이 품고 있던 측은함 같은 것이 있었다.
“예전에 (강릉)단오제에 가면 신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단오가 끝나면 살아있는 나무(신목)를 불태워 버린다는 얘기를 듣고 살짝 충격을 받았죠. 신목 입장에서는 상당히 묘한 감정이겠다 싶었어요. 신목이 사람처럼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그는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했죠.”

사실 우화(寓話)는 그의 주 특기이다. 그의 작품에는 말하는 암소가 등장(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하기도 하고, 가족 전체가 누에로 변신(누에의 난)하기도 하다. 하지만 시종 유쾌한 그의 소설에서 예정된 비극을 받아들이는 캐릭터는 사실 낯설기는 했다.
“신목은 강릉단오제 때 대관령 국사성황사의 성황을 태우고 단오제단으로 가는, 지금으로 치면 전용 자가용이라고 할 수 있죠. 신목이 된 풍이라는 친구는 평생 한자리에 있어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바꾸고 싶었던 거죠. 세상을 보고 싶었던 거에요. 그 끝을 알면서도 말이죠.”

소설에서 신목 ‘풍’의 친구가 되는 어린 무녀 ‘단’의 서사는 어느해 봉행된 국사성황제에서 본 어느 어린 무녀의 모습에서 그 모티브를 가져 왔다고 한다.
“이제 갓 무녀가 된 그가 아무리 신과 인간의 중계자 역할을 한다고는 하지만 분명 인간적인 고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죠. 그런면에서 어린 무녀 단은 신목 풍과 ‘동병상련’ 같은 것을 느낄 수 있겠다 생각했죠. 상황이 비슷하니까.”
불에 타 대관령을 향해 날아가는 풍이 단에게 이별을 고하는 것으로 끝나는 소설은 그 다음을 궁금하게 한다. 말그대로 열린 결말이다. 속편이 있을까 궁금했다.
“사실은 다음 편을 써볼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풍이 불에 타 사라진 후 다른 세계에서 다른 모습으로 서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아직은 생각 뿐이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