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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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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2024년 5월30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형사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대통령으로 기록되었다. 미국 뉴욕 맨해튼 주민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34개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는데, 장부 조작, 입막음용을 위한 수표 발행 혐의 등이 이에 해당된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판결이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은 무죄,” “조작된 판결,” “부패한 사법부”라 비판하며 법원을 빠져나왔으며, 트럼프 지지자들은 오히려 이를 옹호하고 있다.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더욱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위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조작과 부패의 가능성과 상관없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위는 법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

이와 같이 간단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 권력을 얻기 위해 눈을 감는 것일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연호를 외치는 일반 시민들은 물론 이민문제, 경제문제와 같은 특정 현안에 동조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정책을 지지할 수도 있다. 또한 미국 시민들의 정부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낮은 이유도 존재한다. 2023년 발표된 미국 퓨리서치 센터의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시민들의 사법부나 백악관, 의회에 대한 신뢰도가 각각 25%, 23%, 7%에 불과했으며, 매년 점차 낮아지고 있다. 또 다른 갤럽의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에 대해서도 미국 시민들의 87%는 불만을 갖고 있으며, 특히 공화당 지지자의 경우 2%만이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고 있다고 집계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워싱턴 주류세력에 의해 박해 받는 트럼프”라는 프레이밍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유죄 평결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지지 않는 것도 이러한 맥락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민심의 변화와 그 원인을 빨리 알아내는 것도 능력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건 바로 공화당 의원들과 전현직 공직자들의 태도이다. 경선 기간 내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니키 헤일리, 의회 습격 사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던 전 법무장관 윌리엄 바 등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시 발생할 수 있는 보복과 부통령 발탁 가능성 등, 전적으로 개인적인 이익에 천착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아마도 7월 공화당 전당대회, 11월 대선을 앞두고는 더욱 그러한 경향이 짙어질 것이며, 네버 트럼프(never trump)의 입장에 서 있던 인물들의 비겁한 자기부정도 예측 가능하다. 이들은 모두 “민주당의 국정운영방향이 잘못되어서” “극좌파들의 행태가 싫어서”라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으나,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원칙은 바로 법 위에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부정당하는 순간, 정치의 미래는 없다. 단기간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이합집산과 정당 간 극한 대립만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바로 그런 모습들이 앞서 미국에서 관찰되었던, 정부기관에 대한 낮은 신뢰도로도 이어진다. 과연 이들이 국민을 대표하는 것일까. 궁극적인 질문으로 이어질 것이다.

현재 한국은 어떠한가? 4월 총선 이후 새로이 시작한 국회의 모습은 대립으로 점철되어있다. 국민을 핑계로 극한 대립과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비겁한 국회가 되지 않길 바란다. 그러기엔 국내외 산적한 현안과 도전이 너무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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