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 춘천시 인구 정책을 곱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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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호 정치부 차장

지난달 개최된 춘천시 지역 성장과 인구 전략 포럼에서 귀에 익은 설화가 짧게 언급됐다.

해수면 보다 지대가 낮은 네덜란드에서 파도를 막는 제방에 구멍이 뚫렸고 이를 손가락으로 막아 마을을 구해냈다는 소년 한스 브링커의 미담이다. 이야기를 꺼낸 이는 육동한 춘천시장이었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춘천의 인구를 사수해야 하는 어려움과 절박함이 마치 네덜란드 소년이 처한 상황과 같다는 비유였다.

춘천시의 주민등록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29만753명을 기록했다. 같은 해 1월 인구와 비교하면 연간 두 자릿 수가 늘어나는데 그쳤다.

민선 8기 인구 30만 명 달성과 이로 인한 특례시 진입의 기대감으로 떠들썩했던 지난해의 분위기는 해를 넘은 현재 맥이 풀려 버린 모습이다. 오히려 춘천의 인구 방어선은 육동한 시장의 비유대로 무너지기 직전의 네덜란드 둑처럼 위태롭다는 판단이 옳을 것이다.

이날 육동한 시장은 네덜란드 소년의 이야기와 함께 춘천시가 추진하는 대학생·직장인 전입 장려금 사업을 소환했다. 민선 8기 확대 시행된 전입 장려금 사업은 지난해 대학생 2,000명이 춘천으로 주소를 옮기는 성과를 거뒀지만 전체 인구가 제자리에 머무르면서 동시에 한계를 드러냈다.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이날 포럼에서 육동한 시장은 인구 30만 명 달성에 조바심을 낸 지난날을 “과욕이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인구는 둑처럼 한 번 무너지면 겉잡을 수 없다며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말로 전입 장려금 사업 추진의 이해를 구했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현금성 지원이 수반되는 인구 정책에 공감하지 않는다. 한 때 막대한 출산 지원금으로 ‘OO의 기적’으로 불리던 지자체들은 전국적으로 비슷한 정책이 우후죽순 늘어나자 금세 효과를 잃었다. 이와 유사한 군(軍)장병, 대학생 전입 장려금 역시 장기적인 효과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비판을 떠안는 상황에서도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들이 인구 정책에서 현금성 지원 카드를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방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춘천시의 경우 2022년 출생아 대비 사망자가 1.62배 많았다. 학생, 직장인 전입 등의 요인을 빼면 한 해 900명의 인구가 줄어든다. 정부의 각종 정책에도 인구 자연 감소를 피할 길이 없다. 더욱이 도내 18개 시·군 가운데 유일하게 자체 출산 지원금을 주지 않는 춘천시는 이 또한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현금성 인구 정책을 펼쳐도, 중단해도 비판 받는 모순된 상황을 겪는 셈이다.

올해 춘천 인구 포럼은 도시 재생과 지역 건설, 다문화, 행정, 의회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춘천의 인구 문제를 고찰하면서도 주제를 관통하는 결론은 “춘천은 기회가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힘으로 관광 도시 춘천의 명성과 함께 교육발전특구, 기업혁신파크, 바이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연구개발특구 등 굵직한 정책 성과들이 거론됐다. 모두 춘천의 인구 제방을 튼튼히 만들 재료가 분명하지만 시간이 필요한 것들이다. 당장 둑에 난 구멍을 막을 손가락이 절실하다는 춘천시의 고민을 다시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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