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출신 소설가 이병욱의 장편소설 ‘세남자의 겨울’은 춘천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다. 인제의 산골짜기 객골 그리고 소설 끄트머리에 삼척 이야기가 살짝 등장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1970년대 춘천에서 청춘을 보낸 작가의 회고적 소설이라는 점에서 이순원의 장편소설 ‘춘천은 가을도 봄’과 닮아 있는 듯 하지만 등장인물이 품은 고민의 결은 살짝 다르다. ‘세남자의 겨울’에는 ‘실화’라는 단어가 따라 붙는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이 다름아닌 이외수라는 점도 흥미롭다. 소설은 저자인 이병욱, 그와 둘도 없이 막역한 사이인 이외수, 그리고 병욱의 아버지 이렇게 세 남자의 이야기를 얼개로 하고 있다. 추운 겨울, 병욱이 교련 훈련을 마치고 운교동 누나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설은 주인공 병욱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병욱은 현재 누나와 매형의 집에서 얹혀 살고 있는 상태. 집으로 돌아가던 중 병욱은 절친, 외수 형을 만난다. 외수 형은 인제 객골에서 탈출(?)하고 춘천에 있는 병욱의 방에서 당분간 지내기로 한다. 병욱의 가족은 항상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 시달리며 자주 이사를 다녀야 했다. 거기에는 예술과 문학에 열정을 갖고 있던 아버지의 경제적 무능이 자리잡고 있었다. 병욱은 소설가를 꿈꾸며 글을 쓰고 있지만, 가난은 그에게 늘 부담감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병욱과 외수 형은 문학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사이로 나온다. 소설은 병욱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의 가족사, 특히 아버지와 어머니의 갈등, 그리고 병욱의 꿈과 현실 사이에서의 갈등을 조명한다. 이처럼 소설은 병욱의 내면적 성장과 가족 간의 관계 회복, 그리고 꿈을 향한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정리하자면 소설은 1973년에서 1974년으로 이어지는 겨울 춘천에서 이병욱과 이외수 등 두 문학청년 그리고 ‘김유정 문인비 건립 같은 돈이 되지 않는 일로 식구들을 힘들게 만든’ 이병욱의 아버지가 어우러지면서 빚어지는 사연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결국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던 세 남자는 서로 다른 세 갈래 길을 걸어간다. 병욱은 졸업식을 치르고 춘천에서 까마득히 먼 삼척의 한 중학교 국어교사로 발령을 받는다. 외수 형은 세대 지 중편소설 공모에 ‘훈장’이란 이름의 작품으로 당선된다. 아버지는 원주역 부근 조그만 출판사에서 영업사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0년 후 춘천에는 김유정 문학촌이 들어선다. 저자는 소설 밖에서 김유정문학촌 이사로 일하고 있다. 그토록 원망하던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일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에서는 아이러니를 넘어 더 소설같은 운명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 겨울은 어떤 겨울이었을까. 저자는 “나는 강원대 졸업을 앞두고 걱정하며 맞는 불안한 겨울이었고, 이외수는 인제 객골 분교에서 소사하다가 때려치우고는 가출해서 춘천의 나를 찾아온 대책 없는 겨울이었으며, 우리 아버지는 뒤늦게 ‘가장은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길가 가건물에 조그만 연탄직매소를 차린 참 딱한 겨울이었다”고 회상한다. 소설 속에는 강원대를 비롯해 효자동, 운교동, 교동, 석사동 등 춘천의 반가운 지명들이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