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밤에 저녁 마실(놀러 감) 나와 머리 위를 나르는 녀석들을 폴짝 뛰어, 손으로 탁, 쳐서 잡아 꼬리만 똑 떼어서 이마, 볼에 쓱~윽 문지르고 좋아라, 깔깔대는‘귀신 놀이’를 했다. 얼굴에서 끊이지 않고 잇따라 빛을 내고 있으니 그것이 바로 반딧불이의 빛인 형광이다.
반딧불이는 딱정벌레목, 반딧불이 과의 곤충으로 완전변태(갖춘탈바꿈)를 하며 성충(자란벌레), 알, 유충(애벌레), 번데기가 죄다 빛을 낸다. 성체 몸길이는 보통 12∼18mm이고, 몸 빛깔은 검은색이며, 앞가슴등판은 귤빛이 도는 붉은색이고, 딱정벌레이기에 거칠고 딱딱한 외골격(겉뼈대)으로 덮였다.
그리고 반딧불이의 아랫배의 끄트머리에 남달리 발달한 발광기관(빛을 내는 기관)이 있고, 거기에서 발광물질인 루시페린(luciferin) 단백질이 산소(O2)와 결합하여 산화루시페린이 되면서 빛을 낸다. 반딧불은 열이 거의 없는 냉광(冷光)으로 옅은 노란색이거나 황록색(누런빛을 띤 초록색)에 가깝다.
이들은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우화(羽化, 날개돋이) 할 때 이미 입이 몽땅 퇴화(퇴보)해버리고 말아 살아있는 반 달 동안 도통(도무지)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대신 기름기(지방)를 몸에 그득 쌓고 나왔기에 그동안 아무 탈 없이 지낸다. 그리고 번데기 꼴인 암놈들은 하나같이 겉 날개(딱지날개)뿐만 아니라 얇은 속 날개까지 송두리째 없어서 날지 못하는 앉은뱅이 신세다. 하여 풀숲에서 공중을 우러러보고 “여보, 나 여기 있소”하고 반득반득 사랑의 신호를 보내면 사방팔방 떼지어 나대던 수컷들이 마침내 곤두박질하여 암컷에 바짝 다가간다.
아무튼 짝짓기를 끝내고는 물가 이끼에다 줄잡아 300∼500개를 산란한다. 알은 3~4주 무렵에 부화하여 유충이 되며, 애벌레는 여름 내내 4~6회 탈피한다. 그런데 애반딧불이 유충은 실개천에 살면서 다슬기를 잡아먹고, 나머지는 종들은 땅에 사는 달팽이나 민달팽이를 잡아먹는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