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해외에서 건 전화번호를 국내 전화 번호(010)로 바꾸도록 도운 ‘중계기 관리책’들이 잇따라 처벌을 받았다. 자녀 사칭 문자 등 미끼 문자가 대량 발송되는데 일조한 혐의다.
5일 본보가 춘천지법과 산하 4개 지원에서 중계기 관리책(전기통신사업법 위반)에게 선고된 1심 판결 10건을 분석한 결과 모두 징역형이 선고됐다. 이들은 월급이나 일당을 제안 받고 범행에 가담했다. 과거에는 번호 조작에 심박스(SIM Box·발신 번호 변작 중계기)가 동원됐지만, 최근에는 국내 휴대폰 단말기에 유심칩을 장착하고 해외에 있는 태블릿을 연동시켜두고 ‘다른 기기에서도 전화·문자하기’ 기능을 이용하는 수법으로 진화 하면서 중계기 관리책 알바가 이뤄지는 것이다.
A씨는 ‘휴대전화 관리를 하면서 신호를 잡아주는 일을 해주면 일당을 15만원씩 주겠다’는 글을 보고 중계기 관리책에 나섰다가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범죄 조직이 지정한 유심이 삽입된 휴대전화가 꺼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속초 일대에서 2시간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인간 중계기’를 맡았다.
B씨는 ‘중계기를 관리하면 일당을 25만원씩 주겠다’는 광고를 보고 범행에 가담했다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B씨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72개의 유심칩을 휴대전화 12대에 번갈아가며 끼운 뒤 보이스피싱 조직이 해외에서 보내는 ‘자녀 사칭 문자’가 국내 번호로 전송되도록 도왔다. B씨를 통해 ‘아빠, 휴대폰 고장나서 수리 맡겼는데 신분증 필요해’로 시작되는 스미싱 문자와 개인 정보를 빼가는 악성 앱이 대량 전송됐고, 7명의 피해자가 6,370만원을 잃었다.
경찰은 중계기 관리책을 비롯한 피싱 범죄를 지난 4일부터 오는 7월까지 5개월간 집중 단속한다.
국가수사본부는 “피싱 범죄는 여러 범행 수단과 역할별로 분업화된 조직이 결합한 광역, 조직 범죄 형태를 띠고 있다”며 “수법이 고도화 됐기 때문에 미끼 문자를 받았다면 휴대 전화 스팸 신고 기능을 이용해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