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5년간 재구조화 및 마이스터고 전환이 진행된 직업계고에서 취업의 질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직업계고가 외적인 개편뿐 아니라 교육의 내실화에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체적으로 직업계고 인식변화에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올해 2월 초 기준 도내 31개의 직업계고 학생 중 111명이 대기업, 공기업, 은행권, 공무원 등에 취업했다. 세부적으로는 대기업 35명, 공사 및 공단 15명, 공무원 35명, 부사관 15명, 은행권 11명 등이다. 중견·중소기업 취업자 수를 포함하면 직업계고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 직업계고 취업역량 강화 지원 확대… 직업계고 개편에 큰 동력
최종 목표를 ‘취업’으로 둔 학생들에게 직업계고등학교라는 선택지는 오히려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은 취업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직업계고등학생의 취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운영,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며 학교현장에서 취업을 위한 실질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도교육청은 학생들에게 양질의 취업처를 제공하기 위해 유망 우수기업을 발굴, 지역 유관기관과 함께 취업 및 현장실습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올해부턴 해외 기업과 연계한 직업계고 글로벌 현장학습 과정을 운영해 전공 직무에 대한 국가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직업계고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지원을 적극 활용해 공무원 임용, 대기업 특채, 공사 합격의 꿈을 이룬 학생들의 ‘취업 성공담’을 들었다.
■한국소방마이스터고 김도훈학생, 공무원 준비 3개월만에 임용
“직업계고에 관한 인식 개선, 졸업생들의 몫”
한국소방마이스터고 출신 김도훈 학생은 올해 졸업을 앞두고 공무원 임용시험에 합격해 현재 춘천교육지원청 시설관리직으로 소규모학교의 시설 유지보수 관련 민원 처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3개월 만에 9급 공무원 합격, 어떻게 준비했나?
“한국소마고에 입학한 후 3년 동안의 교육과정을 마치니 소방설비산업기사(기계, 전기), 전기기능사, 위험물기능사, 소방안전관리자 1급 자격증을 자동으로 취득하게 됐다. 이 외에 개별적으로 취득하고 싶은 자격증이 있으면 학교에 강의를 신청할 수 있고 학교 내에서 자체 필기시험을 응시할 수도 있었다. 이처럼 가산점이 될 만한 자격증을 미리 준비해 놓았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는 학교에서 기본서나 문제집도 구매해 제공해줬고, 필기시험 응시과목이던 한국사·물리과목 강사님도 초빙해줘서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 10명이 함께 수업을 들었다. 면접을 준비할 때는 전문 강사님도 불러줘 큰 도움을 받았다. 이 밖에 공무원을 준비하지 않은 다른 친구들은 소방 관련 외부전문가 특강 등으로 관련 분야 회사, 진로 전망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임용되고 나서 주변의 반응은?
“학교에 입학할 당시엔 직업계고에 대한 편견으로 주변 반응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3년 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졸업 전 이른 나이에 공무원으로 입직하게 되자 주변에서 바라보는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 비해 현재 직업계고는 정말 많은 부분이 변화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부정적 인식도 남아있는데, 이는 직업계고 졸업생들이 해결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졸업생들이 현업에서 더욱 열심히 일한다면 인식이 많이 변화될 것이다.”
■미래고 졸업 송현준 학생, 삼성전기 특채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직업계고가 기회”
올해 미래고등학교 모바일전자과를 졸업한 송현준 학생은 삼성전기 설비 기술팀에 채용됐다. 당분간 국제기능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을 위해 훈련생으로 지내게 될 예정이다.

-미래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중학교 때부터 전자 쪽에 관심이 많아 기술을 배워보고 싶었고, 그 분야에서 인정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취미가 ‘코딩하며 놀기’일 정도로 퍼즐 맞추듯 작동되는 코딩의 세계에 크게 흥미를 느꼈다. 다행히 입학한 이후 직업계고 진학을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적성에 맞아 만족스럽다. 지금은 일반계고교에 진학한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곤 한다.”
-전국기능경기대회 금메달 수상으로 삼성전기에 특채된 비결은?
“미래고는 대학진학반, 공기업반, 기능반 등 선택지가 많은 편이다. 그중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는 기능반에 1학년 때 들어가게 됐다. 기능반에서는 각종 재료와 고가의 장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주말, 방학까지 반납하고 밤낮으로 기능반에서 열심히 연습했다. 선생님의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지도교사 선생님을 부르는 우리만의 별명이 ‘힐러’였다. 아무래도 어려운 과제를 받았을 때 멘탈이 흔들릴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이론적인 부분을 잘 알려주시고 여러모로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셨다. 2학년 때 학교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지원을 누리기 위해 ‘도제’라는 일학습 병행제로 한 달 동안 회사에서 실무를 경험했다. 생산업무가 아닌 연구 쪽으로 배정돼 유의미한 자료를 정리하는 업무를 진행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현장에서 경험을 쌓을 좋은 기회였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중학교 때는 직업계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너무 강했다. 하지만 본인이 뭘 해야 하는지, 하고 싶은 것과 뭘 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면 다른 고민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꿈이 있다면 직업계고 진학이 기회가 될 것이다.”
■원주금융회계고 졸업 문정민 학생, 한국자산관리공사 채용
“온전한 스스로의 선택, 더 열심히 하게 된 계기”
올해 원주금융회계고를 졸업한 문정민 학생은 지난해 하반기에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채용돼 현재는 채권업무를 맡고 있다.

-원주금융회계고에 입학한 계기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특성화고 진학을 원했다. 일반계고 진학이 충분할 만큼 내신성적이 좋은 편이었지만 대학교 가서 열심히 공부할 자신이 없었다. 어차피 취업을 목표로 한다면 3년간 열심히 공부하고 빨리 취업해 경력을 쌓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또한 취업률을 포함해 졸업 후 취업 전망과 취업의 질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금융회계고를 선택하게 됐다. 처음 금융회계고에 진학할 때 주위의 만류도 있었지만, 확신을 바탕으로 한 스스로의 선택이었기에 더 열심히 공부했다.”
-금융회계고 학생들은 자격증이 다양하다는데
“학생 대부분이 공채를 대비하기 때문에 서류합격을 위해 자격증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우선 필수적인 자격증은 학교 방과후 수업을 통해 1, 2학년 때 미리 취득했고 졸업한 선배들이 취득한 자격증을 참고해 추가로 공부했다. 그러다보니 3년 동안 20개가 넘는 자격증을 보유하게 됐다. 취업부장 선생님의 말씀대로 필수 자격증들을 준비해놓으니 주택도시보증공사, 도로교통공단, 국립공원공단, KDB산업은행, 캠코 등 정말 많은 곳에 지원했지만, 서류에서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학교에서 받은 지원은?
“공채를 준비하며 가장 피부로 느꼈던 부분은 NCS(국가직무능력표준)와 면접이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NCS 캠프를 통해 감을 잡을 수 있었고, 문제집들이 비치돼 많은 양의 문제들을 풀어볼 수 있었다. 만약 혼자 준비했다면 상당한 교재 구매비용이 필요했을 것이다. 또 전형별 면접이 중점적으로 진행되는 심화반을 통해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담당 선생님과 면접 강사님이 사비로 면접 기출을 구해 주실 정도로 열정적이셨고 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또 갑자기 면접 일정이 잡혀도 학교에 면접 복장이 구비돼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이처럼 도내 직업계고 학생들의 취업률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직업계고에서 취업을 지도하는 교사에게 그 원동력과 소감을 물었다.
김화영 원주금융회계고 취업부장교사는 “공공기관 및 금융기관마다 특성과 채용방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학생마다 맞춤형 개별지도를 하고 있다”며 “이미 합격한 학생들이 면접 준비 등 친구들을 도와주기도 한다. 학생들끼리 경쟁이 아닌 서로 돕는 분위기가 취업률을 높이는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늦은 시간까지 지도할 때도 많지만 학생들의 합격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동안의 피로가 다 날아가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