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시공능력 16위의 중견기업 태영건설이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28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 이상 동의로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기업에 만기 연장과 자금 지급 등을 해주는 제도다.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오늘 오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은 앞서 이날 이사회를 열어 워크아웃 신청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함에 따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채권자협의회를 소집해 관련 절차에 돌입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워크아웃 신청을 받아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오늘 오전 중 바로 채권자 협의회 소집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워크아웃은 채권단이 75% 이상 동의하면 개시된다. 태영건설의 주요 채권은행은 산업은행, 국민은행 등이다.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주채권은행은 채권금융기관에 워크아웃 신청 후 14일 이내 채권자협의회 소집을 통지해야 한다.
채권단은 소집통지를 받은 날부터 14일 이내 1차 협의회를 개최하고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산은이 이날 바로 채권자협의회 소집을 통지하면서 워크아웃 개시 관련 절차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채권단은 채권행사 유예기간을 1개월(자산부채 실사 필요시 3개월)을 부여한다.
주채권은행은 기업개선계획을 작성하게 된다. 채권단은 채권행사 유예기간 이내 자구책을 의결하고, 의결 이후에는 1개월 이내에 기업개선계획을 약정해야 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경우 사재 출연 규모나 SBS 지분 담보 제출 여부 등이 자구책 마련에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동성 문제가 심화됐던 태영건설이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만기가 도래한 부동산 PF 대출 상환 문제 때문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과 관련한 480억원 규모의 PF 채무의 만기가 28일이다.
금융권 추산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순수 부동산 PF 잔액은 3조2천억원이며 이달까지 만기인 PF 보증채무는 3천956억원이다.
태영건설의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9천300억원, 부채비율은 478.7%이다. 이는 시공 능력 평가 35위 내 주요 대형·중견 건설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부채 비율이다.
건설업계의 PF 위기는 금융권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9월말 기준으로 부동산 PF 규모는 134조3천억원이다.
태영건설은 지난 13일 워크아웃설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을 당시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시중에 떠도는 워크아웃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한 바 있으나 태영건설 모기업인 TY홀딩스 관계자는 지난 27일 워크아웃 신청 가능성과 관련, "해볼 수 있는 옵션은 다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은 '데시앙'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한 중견 종합 건설사다.
최근 구순의 나이로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철원 출신 윤세영 창업회장이 1973년 서울 마포구의 한 극장 사무실에 '태영개발'이라는 이름을 내건 것이 시작이다.
태영건설은 1980년대 말 1기 신도시 조성 사업 등에 참여해 큰 성과를 거뒀다. 태영건설은 당시 확보한 자금을 발판으로 1990년 국내 첫 민영방송 사업자로 선정돼 서울방송(현 SBS)을 설립했다.
태영건설은 이후 사업 확장을 거듭하며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사업은 물론, 도로·철도·항만 등 국가 기간산업을 건설하는 토목사업, 방송시설·의료시설 등을 건설하는 건축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경남 양산 사송 데시앙(4천400여가구), 대구 도남 데시앙(2천400여가구), 마산메트로시티Ⅰ·마산 메트로시티Ⅱ(각 2천100여가구), 성남 판교 데시앙(1천300여가구) 등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함께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국회 제2의원회관, 성남 아트센터, 창원 마산야구장 등을 건설했다.
레저와 임대, 자산관리 등의 사업 부문도 두고 있으나 매출의 대부분은 건설사업 부문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
SBS 설립 당시만 해도 도급 순위 30위권이었으나 2020년 이후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선 13∼17위에 오르내렸다. 올해는 16위였다.
윤 창업회장은 2019년 3월 아들 윤석민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윤석민 회장은 취임 이후 태영건설의 투자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지주사 TY(티와이)홀딩스를 설립했다.
윤석민 회장이 최대주주인 티와이홀딩스는 태영건설, SBS, 블루원, 에코비트 등을 주요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 가운데 태영건설은 여전히 그룹 내에서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공교롭게 경영권 승계 이후 태영건설의 실적은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2018년 매출은 3조6천911억원에 달했으나 이후 3조원을 밑돌았으며 지난해는 2조6천5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8년 4천582억원에서 지난해 915억원으로 급감했다. 올해도 1천200억원 수준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영업이익을 내고 있기는 하지만 회사의 부채를 고려할 때 이익이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태영건설의 차입금은 1조9천300억원, 부채비율은 478.7%이다.
태영건설은 올 하반기 들어 부동산 PF 문제로 유동성 위기설, 워크아웃설이 계속 나왔다.
실제 티와이홀딩스는 최근 물류사업 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했다.
이에 앞서 환경 계열사인 에코비트 주식을 담보로 KKR로부터 4천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태영건설 유동성 위기를 지원하기 위해 티와이홀딩스의 SBS의 매각 전망도 거론되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윤 창업회장은 SBS에 남다른 애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