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특별자치도 내 무인매장들이 진화하고 있다. 코인빨래방, 카페 등 제한적이었던 업종에서 벗어나 철물점, 정육점, 문구점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인건비 상승과 함께 '나홀로 사장'이 늘어나면서 무인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춘천 신사우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신모씨는 지난해 10월 3년 간 운영하던 가게를 이전하며 무인매장으로 전환했다. 직원을 고용하기엔 인건비가 부담됐고, 홀로 가게를 운영하기엔 긴 근로시간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신씨는 "가게는 연중무휴 24시간 돌아가지만 오후 작업시간과 저녁 피크시간대에만 잠깐씩 출근한다"며 "인건비 부담이 없고 직원 고용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점이 가장 편하다"고 말했다.
인건비는 최근 5년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8년 시간당 7,53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2022년 9,160원으로 뛰었다. 인상률은 21.6%에 달한다. 내년 1월1일부터는 시급 9,860원, 월급 206만740원이 적용된다. 무인운영을 고민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난 것도 이처럼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다.


부업거리를 찾는 자영업자, 직장인들에게도 무인매장은 관심사다.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 10월 춘천 석사동에 무인 철물점을 오픈했다. 페인트 등 인테리어용품부터 수도부품, 전기자재까지 각종 공구를 비치해두고 키오스크로 판매한다. 김씨는 사진관 2곳, 철물점 1곳을 포함해 총 3곳의 무인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재고관리가 식품에 비해 비교적 수월다는 생각에 철물점을 택했다"며 "일주일에 이틀 정도 매장에 들러 물건을 채워 넣고 관리하면 되기 때문에 부업으로 제격"이라고 말했다.
무인 운영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며 업종은 점점 다양해지는 추세다. 특히 초등학교나 아파트 단지 상권을 중심으로 무인 문방구, 무인 분식점이 인기를 끌며 확산하고 있다. 춘천시 우두동의 A아파트단지의 경우 상권에 입주한 매장 21곳 중 3곳이 무인 매장일 정도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무인매장이 영역을 넓히며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과 함께 고용원 없이 홀로 일하는 1인 사장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도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수는 지난 10월 기준 16만3,000명으로 지난 1월(12만9,000명)보다 26.4% 증가했다.
무인키오스크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유인과 무인 혼합형 점포가 늘고 있다"면서 "CCTV 등 안전 시스템이 강화돼 절도에 대한 부담이 적은 것도 무인 점포 확산의 요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