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엘리시안 강촌 스키장. 스키장 정상을 향하던 리프트가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멈춰섰다. 춘천소방서가 겨울철 스키장 리프트 멈춤사고에 대비해 마련한 훈련 현장이다.
이날 훈련에 구조 대상자로 직접 참가한 기자는 훈련 상황임을 알면서도 11m 상공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의 추위 보다도 혹시나 하는 걱정에 식은땀을 닦아야 했다.
‘추락하면 크게 다치겠구나’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히던 중 이남석 소방사가 11m 높이의 리프트 케이블 지주(기둥)로 성큼성큼 오르기 시작했다. 지주 정상에 도착한 이 소방사는 리프트 케이블에 고정용 연결고리와 로프를 걸고 20m 거리까지 떨어져 있었던 리프트까지 단숨에 도착, 능숙한 수직구조기법으로 10분도 채 되지 않아 리프트에 고립된 구조자들을 구했다.
이 소방사는 “리프트 오작동 사고는 수십 명의 구조자가 한꺼번에 발생해 촌각을 다퉈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과 절차가 요구된다”며 “높은 위치에서 장기간 고립된 구조 대상자가 패닉에 빠질 수 있으므로 심리적으로 안정을 시킨 뒤 작업에 나서는 배려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스키장 리프트 노후화로 오작동 사고가 해마다 발생하면서 수직구조훈련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실제 지난해 12월19일 평창의 한 스키장에서 리프트 멈춤 사고가 발생, 이용객 54명이 3시간30여분동안 10m 높이의 공중에 고립돼 공포에 떨었던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동학 춘천소방서장은 “리프트 사고 발생 시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실전과 같은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