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소설 속 강원도]김도연 ‘하조대’-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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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 여인 배우자 뼛가루 들고 양양 찾아 하조대·등대 사이 카페 운영해

평창 출신 소설가 김도연에게는 ‘이야기꾼’이라는 별칭이 항상 따라 붙는다. 상상을 초월하는 그의 상상력이나 소설의 얼개를 구성할 때 나타나는 특유의 꾸러기 같은 성향이 더해져 그 별명은 더 찰떡같이 그에게 달라붙는다. 그 절정은 올 초 상재한 다섯번째 소설집 ‘빵틀을 찾아서’다. ‘포복절도’의 세기로만 치면 소설집 속 ‘말머리를 돌리다’가 단연 압권이다. 그런 조짐은 그의 첫 소설집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그리고 두번째 소설집 ‘십오야월’에서부터 목격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허를 찌르며 문장을 벼려내는 실력은 더 정교해지는 느낌이다. 이번 코너의 50번째 이야기는 대놓고 강원자치도 지명을 쓰고 있는 두번째 소설집 속 단편 ‘하조대’로 정했다. 물론 소설집에 있는 또 다른 이야기 ‘불개’에도 북한 공작원들이 대관령을 건너는 장면이 나오는 등 각각의 단편 안에 강원도에 대한 언급이 꽤나 많이 나오지만, ‘하조대’는 재미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아 택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 소설은 김도연의 작품 가운데 상상력의 농도로 본다면 순한맛(?) 정도에 위치하는 소설이다. 자신의 “꿈까지 편집할 수 있다”고 말한 작가의 과거 발언을 떠올려 본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귀신을 볼 수 있다는 범상치 않은 아이가 등장하지만서도 말이다. 지난주 소개한 이제하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가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은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했다면, ‘하조대’는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한 여자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두 사람 모두 배우자의 뼛가루를 들고 강원도, 그 중에서도 공교롭게 ‘양양’을 스치거나 닻을 내린 채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소설 속 화자인 나는 교통사고만 아니었다면 남편과 함께 찾았을 하조대의 한 카페, 하조대와 등대 사이에 위치한 그 카페를 인수한다. 그리고 ‘양희’라는 이름의 아이를 아르바이트생으로 두고 운영에 나선다.

카페를 찾는 손님들이라곤 기껏해야 일출을 보기 위해 들르는 관광객들을 제외하면 김도연으로 의심되는 이름 모를 소설가와 해안 초소를 둘러보는 손 중사, 당번병 그리고 양희를 데리고 온 공익요원 정도다. 그녀가 자신의 뒷덜미에서 느끼는 묵직한 쇳덩이는 양희의 비상한 능력으로 확인한, 아직 자신을 떠나지 못하는 남편이다. 사진 속 백호짜리 그림 앞에 앉아 있는.... 남편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 나는 “왜 안가고 있냐고,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거냐” 고 원망의 혼잣말을 한다. 그러는 나 역시 그를 떠나 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다.

나는 소설가에게 “죽음도 갈라놓지 못할 사랑이 있다고 봐요?”하고 질문을 던진다. 이제는 그를 떠나보낼 채비를 하려는 걸까. 나는 언젠가 어둠이 걷히고 다시 해가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굳이 그것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렇게 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오석기기자 sg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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