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창시절부터 주위에는 말을 험하게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실제로 편하게 대화하면 그 정도까지의 인격은 아님에도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험한 말, 즉 욕설과 비하표현 등으로 인해 어느 순간부터 접근하기 어려워지고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경험이 떠오른다. 일종의 '혐오'감정이 생긴 것이다.
우리 나라 정치 현장에서도 잊혀질만 하면 터져 나오는 것이 '막말' 논란이다.
최근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대통령 영부인을 빗대어 '설치는 암컷'으로 표현했고, 그로 인해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리기 위해 충분히 다른 용어를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자극적인 단어를 선택하면서 전체 여성을 비하하는 의미로만 전달되어 버렸다. 최 전 의원은 이후 어떤 뜻으로 한 말인지 아무리 설명하려고 해도 '막말' 자체가 갖는 영향력을 넘어서기 어려워짐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가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국민의힘 안에서도 성희롱성 표현이 나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내년 총선에서 경기 동두천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도전할 예정인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를 향해 같은 당 관계자는 "요즘처럼 개나 소나 지역을 잘 안다는 사람이 넘쳐나는 거 처음 본다"고 SNS를 통해 썼다. 문제는 '소' 글자의 뒤에 ( )를 치고 그곳에 '앗 젖소네'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벌어졌다. 여성 출마자인 손 씨를 겨냥해 표현한 것으로 읽혔고 글을 쓴 당사자는 같은 당 김성원 의원의 비서관인 것으로 드러났다. 손 대표는 사과를 촉구하면서 "당의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 두 사례 이외에도 역대 정치권에서 빚어진 막말은 셀 수 없이 많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해 처먹는다", "징글징글하다"라고 한 것이라든지, 대통령을 향해 "공업용 미식으로 입을 박아야 한다", "등신외교"라고 비하한 것이라든지 틈만 나면 자극적인 말이 난무했다.
막말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먼저 '공공 토론의 질'을 저하한다. 정책이나 이슈에 대한 건전하고 생산적인 토론을 방해하고, 주요 이슈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과 토론을 소홀히 하게 만든다.
또 사회적 분열을 촉진한다. 공격적이고 모욕적인 언어 사용은 사회적 긴장을 높이고 갈등을 조장하며 다양한 사회 집단 간의 이해와 대화를 어렵게 만들고, 때로는 폭력적인 대립으로 이어지게 한다.
여기에 '정치적 냉소주의'를 확산시키는 부작용도 크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떠나, 정치 그 자체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을 증가시키고 민주적인 참여를 저해하게 된다.
무엇보다 막말 정치는 민주적 대화와 상호 존중의 가치를 훼손한다. 정치인들이 이러한 행동을 통해 부적절한 행동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사회 전반적으로 건강한 민주적 관행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정치인들의 전문성과 신뢰도에도 의문이 생기며 정치인과 정치 기관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 또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정책 결정 과정을 방해하는 이같은 막말은 정치인들이 개인적인 공격과 방어에만 집중하게 하면서 실제로 중요한 문제 해결에 필요한 논의와 협력을 할 여지를 없애는 결과로 귀결된다.
결론적으로, 막말은 단순한 언어 사용의 문제를 넘어 사회, 문화, 정치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폐해를 가져오는 막말을 이제는 끊어내야만 한다. 건전하고 생산적인 정치적 토론을 위한 존중과 상호 이해에 기반한 대화 방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자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정치인의 품격이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