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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여행 라떼는 말이야] 대입제도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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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학년도 대입 예비고사가 치러진 춘천여고 앞 모습. 사진=강원일보 DB

당락을 떠나 추운 겨울날씨 만큼이나 시리고 또 아린 것이 대학 입학시험이다. 그것의 이름이 ‘본고사’에서 ‘학력고사’로 바뀌거나 ‘수학능력 시험’으로 변신해도 그렇다. ‘입시 한파’ 라는 말이 생긴 것도 단 한번의 시험에 인생을 걸어야 했던 입시 제도의 비정함이 실제보다 한 껏 낮춘 체감온도 때문 아닐까 생각된다.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합해져야 비로소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우스갯 소리도 이제는 옛 말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대입 제도는 복잡할 대로 복잡해 져 있다. 그러니 선생님들을 제외하고 수험생이 없는 집에서 요즘 아이들이 어떻게 대학에 입학하는지 그 과정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조언이라도 할 요량으로 “라떼는 말이야~”하고 아는 척을 하려는 아버지들이 자연스럽게 무관심의 대열에 합류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대입제도의 역사가 변화무쌍한 ‘부침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 속 굵직 굵직한 대입제도 변천사를 들여다 본다.

◇1974년 강원대에서 합격자 명단을 게시판에 붙이자 학생들이 확인을 하고 있다. 사진=강원일보DB

1945년 광복 이후 1961년까지 10여년 동안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대학별 고사’를 통과해야 했다. 1954년에 정부가 대학별 고사를 치를 수 있는 수험생을 선별하는, 일종의 자격 시험인 ‘대학입학 연합고시’를 실시 했지만 각종 부작용이 불거지면 1년 만에 폐지된다. 이어 1958년부터 4년 동안 대학 입학 정원의 10%를 고교 내신으로 ‘무시험’ 선발하기도 했지만 당시 전국의 고교들이 비평준화 였기 때문에 소위 명문고 출신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는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며 이 제도 역시 4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끝으로 사라진다.

1961년 5·16 군사정변 이후 그해 8월에 공포된 ‘중학교 고등학교 및 대학의 입학에 관한 임시조치법’에 의해 1962년부터 대학별 고사를 폐지하고 ‘대학입학자격국가고사’를 실시하게 된다. 부정입학을 막기 위해 실시한 이 시험을 통과한 합격자들은 시험 성적과 대학별로 시행하는 체능검사 등을 통해 얻은 성적을 합산해 원하는 대학에 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의 자율권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다시 1년만 자격 시험으로 그 위상이 격하되더니, 이내 폐지된다.

또다시 대학별고사 제도가 유지되던 1969년 고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국가 주도의 ‘대입 예비고사’ 제도가 도입된다. 도입 초기에는 일종의 자격시험처럼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정도의 의미 정도만 있었고 대학별로 치르는 본고사 성적이 당락을 최종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이었다. 하지만 점차 예비고사와 본고사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오히려 그 중요도가 역전되기도 했다. 실제 일부 대학에서는 예비고사로만 학생을 선발하기도 했다.

1979년 12·12 군사반란으로 실권을 장악한 전두환 정권은 1980년 ‘7·30 교육조치’를 단행하면서 1981학년도 대학입시 부터 대입 본고사를 폐지하고 예비고사 성적과 고교내신 성적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게 한다. 이어 198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학력고사’가 실시된다. 학력고사는 필기 시험 320점에 체력장 20점을 합한 340점을 만점으로 하고 여기에 내신 등을 합해 신입생을 선발했다. 이때는 전기와 후기, 전문대학 전형이 별도로 진행됐기 때문에 학력고사를 많게는 세번 치르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선시험 후지원(1982~1987학년도)’과 ‘선지원 후시험(1988~1993학년도)’ 제도가 학력고사 이름 아래서 연이어 바뀌었는데 전자는 현재의 수능 정시 모집과 유사했지만 후자는 수험생이 가고자 하는 대학과 학과를 미리 정하고 그 곳에서 시험을 치르는 특이한(?) 방식이었다. 다시 말해 자신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수험생들과 같은 공간에서 시험을 치르는 것이니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살떨리는 경험임에는 분명했다. 1994년부터 다시 학력고사가 폐지되고 지금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도입되는데 그 이후에도 수능은 크고 작은 수많은 변화를 겪어내고거친 숨 몰아쉬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얼마전 정부가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했으니, 미래의 수험생 부모들은 새로운 제도에 익숙해 지는 노력을 이제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수십년을 거쳐오며 오직 대학 입학 여부를 가르는 제도가 왜 이리도 많은 변화를 거쳐야 했는지. 우리는 언제쯤 대학입시 제도의 이상향에 도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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