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정부에서 지방·필수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의과대학 40곳을 대상으로 학생 수용 역량과 증원 수요를 조사하고 있다.
강원도는 타 시·도에 비해 의료 공백이 심각한 상황이다. 도내 지역 중 평균 의료이용 자체충족률이 50% 미만인 곳은 고성군 등 5개 시·군에 이르는데, 이는 해당 지역 환자 중 절반은 거주 지역이 아닌 타 지역에서 원정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1년 도내 원정 진료자 수는 34만3,477명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또 강원도는 2020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했고 2030년이 되면 10명 중 3명은 고령인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폭발적인 의료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지방 의료서비스의 붕괴를 막고 의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해법 중 하나로 의료계에서는 지방 의대가 입시 때부터 지역 학생을 많이 뽑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2022년 발간한 ‘의사의 지역 근무 현황 및 유인·유지 방안’ 연구보고서에는 지방 광역시에서 성장한 의사의 54.2%, 지방 도 지역에서 성장한 의사 44.2%가 지방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성장 지역이 수도권인 의사의 지방 근무 비율은 14.2%였다. 이는 그 지역에서 자란 지역인재를 뽑으면 지역 의료계에 남아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3학년도 입시부터 지역 대학 의약간호계열의 지역인재 선발 비율은 기존 30%에서 40%로 늘어났다. 그런데 제주와 강원지역만 기존 15%에서 늘어난 20%를 의무비율로 하고 있다. 지역인재 전형 비율을 늘리는 것이 절실한 강원 지역인재 전형 의무비율이 타 시·도 절반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강원도 지역인재 전형 의무비율을 불평등하게 20%로 정한 이유에 대해 교육부는 인구 비율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통계청의 올 1월 기준 강원특별자치도 인구는 153만명 정도로 충북 인구 159만명, 전북 176만명 등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제주도 인구는 67만명 수준인데 제주도와 묶어 유독 강원도만 20%를 의무화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
도내 학력 수준을 전제로 했다는 의견도 있다. 이는 더욱 개탄스러운 일이다. 강원도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이 저하되고 공교육 붕괴가 초래된 책임을 져야 할 주체인 교육부가 책임을 지기는커녕 불평등한 정책을 공공연히 시행하는 것은 강원도를 교육과 의료 분야에서 더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강원 학생의 기초학력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지만 그때까지 불평등을 보고만 있어야 할까. 강원도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고 늘어나는 의료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도내 의과대학의 지역 인재 특별 전형을 법으로 강제된 의무비율과 상관없이 최소 5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도내 의과대학은 입학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의사로 양성하는 데에만 역할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도내 우수한 의료인력을 양성해 지역의료 체계를 유지하고 지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역할도 담당해야 한다. 강원도 학생의 학력이 타 시·도보다 낮다는 이유로 입학성적이 더 높은 수도권 학생을 한명이라도 더 뽑기 위해 골몰할 것이 아니라 강원지역 내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을 입학시키고 제대로 교육시켜 지역 의료 분야에서 헌신하게 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강원도 교육계와 의료계는 강원도 학생들의 저하된 학력 수준을 10년 전으로 회복시키고, 이곳에서 자리잡고 헌신할 필수 의료인력을 키워내는 일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