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미래 인재 키우는 '협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원선영 강원일보 서울주재 차장

"기업에서 교육받는 학생들에게 안전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은 누가 지나요?"

지난 9월 독일 뒤셀도르프의 한 직업학교.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직업계고 담당 이용철 장학사가 이 학교 교장에게 물었다. 대답은 함께 배석했던 이 지역 상공회의소 담당자에게 돌아왔다.

"기업에서 발생한 일이니 당연히 책임소재는 기업에 있습니다. 상공회의소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을 점검하고요, 노동조합도 당연히 관여를 합니다"

이 장학사가 재차 물었다.

"만약 문제가 제대로 해결이 안됐을 경우에는요?"

"최악의 경우 해당 기업은 문을 닫을 수도 있어요"

이번에도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연수가 이뤄진 작은 교실 곳곳에서 짧은 한숨이 터졌다. 우리와는 너무 다른 그들의 직업교육 시스템에 만감이 교차한 탓일테다. 지난 9월, 강원도교육청 직업계고 담당 장학사들과 강원지역 직업계고 교사들은 독일로 떠났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의 직업교육을 현장에서 보고, 듣고, 체감하기 위해서였다. 도교육청은 수년전부터 대대적인 학과 개편을 통해 침체돼 있는 '직업계고 살리기'에 나선 상태다. 하나 둘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산업구조와 흐름을 '교육'이라는 틀 안에서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배우기 위해' 간 독일에서 목격한 직업교육 현장은 완벽하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 시설과 장비, 교육과정의 수준은 우리의 것이 월등한 경우도 많았다.

그렇다면 독일 직업교육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정답은 '협업'이다. 공부는 학교에서, 기술은 기업에서 맡아 가르치는 이 단순한 협업이 각 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길러내고, 규모에 관계없이 뿌리 튼튼한 기업을 키워낸다. 상공회의소는 중간에서 학교와 기업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학생이 이 두 곳을 오가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인력이 필요한 지역 기업을 발굴한다. '학교-기업-상공회의소'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셈이다. 이런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지역에서 자란 학생이 지역 학교와 기업에서 교육을 받고, 지역에서 취업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다. 대기업이 아니어도 지역의 작은 기업과 소상공인들도 내일을 꿈꿀 수 있는 환경이다.

반면 우리는 학교에 모든 짐을 지우려 한다. 일단 입학만 하면 교과 공부와 기술 교육, 취업, 그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교사와 학교가 책임져야 하는 '원스톱서비스' 구조다. 배움의 터인 학교에서 그 이상의 영역을 해내야 하니 현장은 언제나 버겁다. 강원도처럼 지역 산업 기반이 취약한 지역은 그 버거움이 배가 된다. 독일처럼 기업에 학생을 보내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선뜻 손을 내밀어 주는 기업을 찾기 힘들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아이들을 우리 사회의 어엿한 한 구성원으로 키워 내려면 학교를 중심으로 지자체와 기업, 공공기관, 민간까지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특히나 직업 교육은 학교 밖 사람들의 도움이 더욱 더 절실하다. 그래야 미래 인재를 잘 키워낼 수 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