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이나 고랭지 배추 등을 소재로 한 다양한 사진작업을 선보여 온 김명운작가가 또다른 천착의 산물인 ‘강원의 소나무’를 담아낸 전시를 16일까지 태백문화예술회관 대전시실에서 선보였다. 삶의 영속성(永續性)에 대한 고찰이 그동안 그의 작품에서 읽히는 기본적인 주제의식이었다면, ‘姿態(자태)’를 타이틀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그러한 영속성을 가능케하는 치열한 생존의 현장을 담아내는데 주력한 모습이다. 그 과정에서 김작가가 주목한 것은 기암절벽을 위태롭게 붙들거나 두텁과 단단한 바위를 뚫고 서 있는 소나무의 모습이었다. 예측 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가지를 뻗치는 소나무의 강한 활동성은 그것만으로 훌륭한 작업의 재료로 사용되지만 그것을 품은 것이 폭신한 토양이 아닌 바위라는 점에서 그것이 전하는 강렬함은 배가된다. 평론을 한 정주하 사진가가 김작가의 작품들을 보면서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렇다면 이 모습들은 어떻게 담아낸 것일까. 길을 걷다 만난 우연한 포착이 아닌 산을 타고, 위험한 고비를 수차례 겪으면서 땀으로 조각해 낸 노력의 산물들이다. 높은 산, 바위를 뚫고 마치 세상을 호령하는 듯 독야청청(獨也靑靑)하는 소나무의 모습은 작가의 말처럼 척박한 공간, 혹독한 시련에도 꺾이지 않는 한민족의 모습과 닮아있다. 비바람에 뒤틀리고, 바위 속을 파고들며 때로는 장엄함을, 때로는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고난을 이겨낸 후 찾아오는 진정한 평온과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기에는 그 ‘자태’만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전시와 함께 펴낸 동명의 사진집에는 서로 다른 모습의 소나무 자태들을 만나볼 수 있다.
김작가는“소나무의 강인한 상명력과 숭고한 자태(姿態)는 우리에게 삶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한다. 힘들고 지칠 때 큰 위안이 되어준 강원의 소나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며 “소나무의 생애를 따라가는 여정을 보며, 우리의 삶에 더 깊은 희망과 영감이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