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종홍칼럼]‘삼척 골드시티’, 노년기 베이비부머의 이상향 되기를

초고령화사회의 주거대안 ‘K-은퇴자마을’
도·서울시, 국내 첫 지자체 차원 조성 합의
따뜻한 기후에 병원·골프장·공항 등 갖춰

은퇴 이후 새로운 삶 기대
여유롭고 행복한 공동체

노후에는 어디에서 살까. 2020년부터 노년기에 진입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697만여명의 인생 2막 화두다. LH 산하 연구기관인 ‘토지주택연구원’이 발행한 보고서 ‘초고령사회 대응 K-CCRC(한국판 은퇴자복합단지)의 정책추진과 계획모형에 관한 연구’에는 수도권 지역 베이비부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담겨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은퇴 후 또는 가까운 미래에 비수도권 지역에 K-은퇴자마을이 조성된다면 “이주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74.9%에 달했다. 또 이주시기로 ‘노인연금수령 연령 65세 이후(55.9%)’, ‘은퇴 후 언제든지(27.6%)’, ‘정년 60세 이후(16.0%)’ 등을 꼽았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월평균 소득은 약 500만원으로 72.5%가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였다. 자산 규모는 가구당 평균 자산 5.47억 원보다 훨씬 많은 평균 8.35억 원이다. 학력과 소득 등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의 중산층이다.

은퇴자마을은 초고령화사회의 주거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나이 들어 병이 든 후가 아니라 건강할 때 들어가 행복한 여생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요양 단지와는 다르다. 미국 최초의 대규모 은퇴자도시인 애리조나의 선시티에는 약 2만7,000가구, 4만여명이 거주한다. 선시티는 단순 실버타운이나 요양시설이 아니다. 노인주거복합단지로 주거기능 외 의료, 오락, 운동, 커뮤니티 시설 등을 갖춰 은퇴한 이들이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도시다. 거주자들은 자치회를 만들어 직접 도시를 운영하고 자원봉사로 각종 시설 운영을 지원하며 마을을 스스로 가꾸어 나가고 있었다. 더 이상 돌봄 받는 대상이 아닌 마을의 핵심 구성원으로 은퇴 이후의 새로운 ‘삶’을 누리고 있었다. 또 인구 6만 명의 일본 고지카라 촌에서는 1981년 생애활약마을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중년 혹은 고령자가 자신들의 희망에 맞는 지방으로 이주해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고 활동적인 생활을 보내며 지속적인 의료 케어 등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이 부자 은퇴자들의 마을인 반면 일본은 지방 살리기 차원에서 평범한 연금 생활자들이 거주한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2025년에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한국판 은퇴자복합단지에 대한 사회적 갈증이 클 수밖에 없다. 마침 삼척시에 서울 광화문광장의 8배 정도인 30만㎡(약 9만평) 규모의 은퇴자를 위한 신도시가 조성된다. 바로 삼척 골드시티다. 강원특별자치도와 서울특별시에 따르면 2,700가구 규모로 주거형태는 아파트와 단독주택, 시니어타운 등 다양하다. 착공은 2025년 말, 완공은 2028년이 목표다. 그동안 민간업체 등이 실버타운을 지은 적은 있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미니 신도시급 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처음이다. 삼척은 미세 먼지 걱정이 없는데다 바나나 등 열대 과일이 열릴 정도로 따뜻해 최적의 지역이다. 동해와 두타산 등이 어우러져 있는 데다 동해안 유명 관광지와 가깝고 골프장도 있다. 양양국제공항과는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거리다. 골드시티의 핵심 시설은 대학과 종합병원이다. 국립대인 강원대 삼척캠퍼스가 근처에 있고 강원대병원 삼척분원이 2030년쯤 개원할 예정이다.

중국의 시인 도연명은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는 낙원을 그렸다. 그곳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고 하나같이 친절한 사람들이 여유롭게 살고 있다고 했다. 영국의 사상가 토머스 모어는 저서 ‘유토피아(Utopia)’에서 하루 6시간만 일하고도 필요한 물건을 창고에서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있으며 관용 평등 자유가 구현된 곳을 지상낙원으로 봤다.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는 샹그릴라(Shangri-La)라는 이상 세계가 나온다. 누구나 꿈꾸는 행복한 공동체 마을이다. 이 소설의 영향을 받아 루스벨트 미 대통령은 데이비드 캠프 대통령 휴양지의 이전 명칭을 샹그릴라로 명명할 정도였다. 이제 삼척 골드시티도 베이비부머에게 행복한 미소를 안겨줄 이상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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