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금배추

“일일이 종류를 가릴 것 없이/ 하나하나 이름을 댈 것도 없이/ 평생을 먹고도 물리지 않는/ 김치 김치, 요 밥도둑님!”(오정방의 시 ‘김치’ 중에서) 김치는 한국인 음식문화의 상징이다. 강한 끌림의 맛은 없지만 안 먹으면 왠지 허전한 밥상 위의 ‘절친’이다. ▼정학유(1786~1855년)의 작품으로 알려진 가사 ‘농가월령가’ 10월령을 보면 19세기에는 김치 담그는 풍속이 널리 자리 잡은 듯하다. 고추나 고춧가루가 김장에 쓰인 것도 1800년대 이후였다. 문헌들로 미루어 볼 때 17~18세기는 소금절임이나 초절임 김치가 일반적이었다. 당시엔 김치에 빨간색을 내고 싶으면 맨드라미 꽃을 이용했다고 한다. 2013년 12월 열린 제8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김장문화가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는 우리의 김장을 ‘나누는(Making and Sharing Kimchi)’ 문화로 높이 평가했다. 음식 자체도 좋지만, 공동체가 힘을 합쳐 낸 성과물을 모두가 공유하는 전통이야말로 인류의 소중한 유산이라고 본 것이다. ▼국민이 즐겨 먹는 일부 채소나 어류 값이 급등하면 이름 앞에 ‘금(金)’ 자가 따라붙는다. 금추(배추), 금파(양파), 금치(갈치), 금태(명태) 등이 그 예다. 요즘 배추가 그런 경우다. 지난 여름 폭염과 태풍으로 한 차례 치솟다 떨어졌던 배춧값이 재차 급등하면서 강원지역 소비자들의 한숨이 깊어 가고 있다. 도내 주요 유통업체에서 배춧값은 포기당 7,000원대에 육박, 올해도 또다시 금(金)배추 논란이 일고 있다. ▼2010년 9월 배추 한 포기가 1만 5,000원까지 올랐다. 당시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장엔 배추를 들고 나온 국회의원이 있었다. 물가안정책임제를 한다며 농림축산식품부에는 ‘배추국장’도 생겼다. 그해 이례적인 폭염에 8월 중순 시작된 장마가 9월까지 이어졌고 태풍 곤파스까지 겹쳐 고랭지 배추 수확량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김장 배추가 곧 나오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하지만 배추가 물가 불안을 자극하고 있는 형국이 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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