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禪茶(선다) 문화축제가 지난 14일 천년고찰 청평사에서 열렸다. 청평거사 이자현, 매월당 김시습, 허응당 보우선사 등 사찰과 인연이 깊은 세 분의 성인을 추모하고 발자취를 재조명했다. 특히 이 축제는 청평사에서 주최하고 춘천시불교사암연합회와 차와 관련된 여러 단체가 협력해 치러졌다. 우리나라의 차는 삼국시대부터 시작됐다고 전해지며 고려 때는 왕실이나 권력층에서 널리 이용됐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 예종 때 대학자 이자현(1061~1125년)은 벼슬을 버리고 청평사에 들어와 참선하며 은거했다. 예종은 외삼촌인 이자현에게 사신을 시켜 차와 약을 보냈다. 이 기록은 ‘음명다(飮名茶·이름난 차를 마심)’라고 청평사 문수원기 뒷면에 암각돼 있다. 청평사 선동계곡의 이자현 차 유적지는 바로 그런 기록을 뒷받침해 주는 중요한 유적이다. 이자현 찻물터의 구조가 아래위로 두 개의 네모난 물웅덩이를 인공적으로 배치해 당시 사람들이 찻물을 세숫물이나 허드렛물과는 다르게 귀중하게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시대를 잘못 만난 비운의 천재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1435~1493년)도 청평사를 비롯, 춘천에 여러 흔적을 남겼다. 사찰 주변 세향원이란 집을 짓고 학매를 비롯한 여러 스님을 교육했다. 시내와 사찰을 오가며 매월당이 남긴 춘천십경 한시는 당시 춘천의 모습을 보여주는 귀한 문화자산이다. ▼조선 명종 때 인물인 보우(普雨·1515~1565년) 대사는 회전문(보물 제164호), 대웅전을 비롯, 최고의 석수장이를 데려와 사찰을 건립해 조선 왕실기원 사찰의 품격을 높였다. 대웅전 계단석에 새겨진 태극 문양은 모두 이때 만들어진 작품이다. 또 승려의 등용문인 승가고시를 부활시켜 꺼져 가는 조선 불교 중흥에 앞장섰다. 어느새 가을이 산 정상에서 계곡으로 내려앉자 관광객들이 청평사를 찾아와 선동계곡의 차 유적지를 스틱과 등산화로 밟으며 찍으며 지나가고 있다. 이번 선다 축제가 우리 지역의 문화재 가치를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