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10월 말이면 강원특별자치도 내 유통·요식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할로윈 마케팅이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할로윈 축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여론이 달라진 점을 의식한 조치다.
12일 찾은 춘천의 한 다이소 매장. 입구에서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놓인 메인 매대에서는 캠핑용품, 방한용품 등 가을맞이 신제품 홍보가 한창이었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 할로윈 소품들이 주요 매대를 가득 채웠던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이날 할로윈 관련 제품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다이소 관계자는 "올해는 국민 정서를 고려해 할로윈 관련 마케팅을 모두 없애고 관련 제품 수도 40% 축소했다"며 "상품군도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내 인테리어 소품 위주에 국한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도 조심스럽긴 마찬가지다. 2020년 오픈한 이후 매년 포토존과 한정 메뉴로 할로윈을 챙겨온 원주시 명륜동의 A카페는 올해 이벤트를 최소화한다. 포토존은 꾸미지 않고 할로윈 당일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정도에 그칠 예정이다.
카페사장 김모씨는 "할로윈 기간 사진을 찍으러 오는 손님이 많았던 만큼 아쉬움이 있지만, 매출보다 애도 기간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찾은 지역마트에서도 할로윈 전용 매대나 이벤트를 찾아보긴 어려웠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 역시 별도 할로윈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관련 상품은 판매하지만 단순 진열에 그치고, 상품 수도 지난해와 비교해 축소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할로윈은 대표적인 외국축제로, 과거에는 할로윈을 즐기는 모습이 글로벌한 이미지, 유행을 앞서나가는 이미지를 연상시켰다면 참사 이후 완전히 뒤바뀌었다"며 "올해 할로윈 마케팅을 시도하는 기업은 소비자들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우려한 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