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 ‘음주 공화국’

동양에서 이상 사회로 여기는 때는 아주 옛날인 요순시대이고, 요순시대와 맞먹는 시대가 순(舜)임금 다음으로 천하를 통치했다는 우(禹)임금 시대다. 우임금의 가장 큰 업적으로는 9년간 지속된 홍수를 다스려 사람들이 제대로 살 수 있게 하였다는 것이다. 물길을 트고 땅을 메우는 등 13년간 밖에서 지내면서 3번 집 앞을 지나갔지만 집에는 들르지도 않고 치수에 매진하여 홍수를 다스렸다. 이러한 공을 인정받아 순임금으로부터 나라를 이어받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중국 송나라의 학자 양만리(楊萬里)는 “물에 사람이 빠지는 것은 그 한 사람이지만, 술이 사람을 빠뜨리는 것은 자신을 빠뜨리고서 천하 국가에까지 이른다”고 말하며, 우임금의 업적 중 맛있는 술을 싫어한 공이 홍수를 다스린 것보다 크다고 하였다. ▼한국인은 술을 생활 그 자체, 자연스러운 문화로 받아들인다. 술은 인간관계의 ‘촉매제’이자 시름을 달래 주는 ‘묘약’이다. 기쁠 때는 물론이고 근심 걱정이 산더미처럼 쌓여도 한두 잔의 술로 삭여 낸다. 한없이 그립고 보고 싶은 마음도 술이 달래 주고, 말로 표현 못 할 벅찬 감동과 멋스러움도 술 몇 잔이면 시로 승화된다. 원수처럼 소원했던 사이라도 술을 나누면 오해와 증오가 눈 녹듯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니 절주니 금주니 하는 말은 한쪽 귀로 흘린다. 흡연 폐해나 금연에 대한 민감도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술로 인한 해악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술 때문에 사망한 사람이 5,000명을 다시 돌파했다고 한다.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알코올 관련 사망자는 5,033명으로 2021년(4,928명)보다 105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알코올 관련 사망률(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도 9.8명으로 1년 전보다 2.3% 증가했다. 관행적으로 술에 관대할 뿐만 아니라 혼자 집에서 술을 즐기는 ‘혼술’ 문화를 트렌드처럼 여기는 사회 분위기 등이 알게 모르게 음주를 부추기는 건 아닌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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