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 ‘남북 탁구’

1971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중국대표단이 참가했다. 대회가 끝나고 그해 4월 중국은 그 대회에 참석한 미국선수단 15명을 베이징으로 초청했다. 석 달 뒤 미국의 헨리 키신저 대통령안보담당 특별보좌관이 베이징을 극비리에 방문해 저우언라이 총리와 회담을 가졌고, 두 나라는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 주석의 역사적인 회담계획을 공동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미중 수교의 물꼬를 튼 이른바 ‘핑퐁외교’다. ▼단일팀 구성도 스포츠 교류가 국가 간 관계 개선을 이끈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동서독 단일팀은 1956년 멜버른대회부터 1964년 도쿄대회까지 올림픽에 내리 세 차례 출전했다. 이를 위해 열린 체육회담만도 200회가 넘는다고 하니 그렇게 하면서 쌓인 상호 이해가 훗날 통일의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흑인 탄압으로 국제사회에서 왕따를 당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도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흑백 혼성팀을 출전시키면서 인종차별국의 오명을 벗었다. ▼분단 이후 최초의 단일팀은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 단일팀이다. 핑퐁외교와 단일팀이 합쳐진 남북 스포츠 교류인 셈이다. 남북은 1991년 남북체육회담에서 각종 국제대회에 참가할 단일팀 구성에 합의하고 같은 해 4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코리아’란 이름의 단일팀으로 출전, 단체전 우승이라는 쾌거로 모두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신유빈·전지희로 구성된 한국 여자 탁구 복식이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결승에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에 4대1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탁구에서 남과 북이 결승 맞대결을 펼친 것은 1990년 베이징대회 남자 단체전 이후 33년 만이다. 당시에도 한국이 북한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남북 탁구 대결은 불과 4년 전인 2019년 세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에서 단일팀이 구성된 것과 크게 다른 분위기다. 중단된 남북 스포츠 교류와 갈수록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남북 관계의 현주소다.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