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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태권도 겨루기 두 번째 '금빛 낭보'…박혜진, 여자 53㎏급 '깜짝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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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팀 감독 "주목받지 않는 곳에서 노력…다쳐도 쉬는 법 몰라"

◇박혜진이 2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여자 53kg 이하급 결승 경기에서 대만의 린웨이준(홍)을 상대로 승리해 금메달을 획득한 후 코치와 환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58㎏급 태권도 겨루기 장준(한국가스공사·남자 58㎏급)의 금메달 소식에 이어 박혜진(고양시청)이 같은 종목에서 우리나라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박혜진은 26일 오후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 53㎏급 결승전에서 대만의 린웨이준을 라운드 점수 2-1(7-6 7-9 12-9)로 꺾고 아시아 정상에 섰다.

이는 전날 장준의 금메달 소식에 이어 이번 대회 태권도 겨루기 종목에서 나온 두 번째 금빛 낭보다. 박혜진의 금메달 수확은 그야말로 '깜짝 우승'이다.

전날 남자 58㎏급을 제패한 장준을 보면, 누구나 알아주는 한국 태권도 겨루기의 간판이다.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58㎏급 금메달·남자부 최우수선수(MVP)를 딴 장준은 수많은 국제대회를 휩쓸었고, 이번 대회 금메달까지 쥐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다음 목표로 겨냥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아시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올림픽에서 모두 우승하는 위업을 일컫는다. 한국 태권도 선수로는 문대성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유일하게 이뤘다.

장준에 비하면 이번 대회 한국에 태권도 겨루기 두 번째 금메달을 안긴 박혜진의 수상 실적은 화려하지 않다.

1999년생 박혜진은 아직 굵직한 국제대회 우승은 없다.

◇박혜진(청)이 2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여자 53kg 이하급 결승 경기에서 대만의 린웨이준(홍)을 상대로 승리해 금메달을 획득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세계태권도연맹(WT)이 개최한 2022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출전했지만, 8강에서 발길을 돌렸다.

2019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대회에도 16강에서 짐을 쌌다. 하지만 박혜진은 최근 국내에서는 나름의 성과를 내왔다.

지난해 열린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태권도 겨루기 여자 53㎏급에서 우승한 데 이어 지난해 3월 세계대학경기대회에 출전할 국가대표를 뽑는 선발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묵묵히 자신의 체급에서 경쟁력을 키워온 박혜진이 시상대 맨 위에 오르는 영광을 누린 첫 번째 대회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됐다.

소속팀 고양시청의 함준 감독은 주목받지 않는 곳에서 박혜진이 쉼 없이 노력했다고 전했다.

함 감독은 "메달에 대한 갈망이 커서 다쳐도 쉬는 법을 모르는 친구였다"며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동안 긴장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이번 대회를 통해 마침내 이기는 법을 깨우친 것 같다"고 기뻐했다.

실제로 이번 아시안게임 우승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박혜진의 집념과 집중력이 만든 쾌거였다.

라운드 점수 2-1(7-6 7-9 12-9)로 어렵게 이긴 결승전도 접전이었지만, 가장 팽팽한 경기는 태국의 추티칸 종콜라타나와타나와 4강전이었다.

이 경기 라운드 점수는 2-0이었지만 스코어는 각각 0-0, 1-1로 양측 모두 물러섬이 없었다.

동점 시 회전 기술, 머리·몸통 공격 시도 등을 집계해 승자를 가리는 규정에 따라 박혜진이 종콜라타나와타나에게 두 라운드를 모두 가져올 수 있었다.

이때 박혜진이 집중력을 잃고, 한 차례만 공격을 허용했어도 '깜짝 우승'은 나오지 않았을 터다.

박혜진은 결승전 승리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성적을 낸 선수보다는 항상 꾸준하고 성실하게 임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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