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행복의 첩경 심상 (心相)

유상민 평창 재향경우회장 겸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사람 덕분에 성공도 하고 또 사람 탓에 실패도 맛보는, 사람이 원죄가 되는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을 우선 판단하는 기준은 과연 뭘까 그건 두말할 것도 없이 외모 즉 관상이 아닌가 싶다.

잘생기고 못 생기고 복스럽게 생기고 안 그렇게 생긴 것 역시 외모가 유일한 판단기준 일터, 그래서인지 요즈음 사람들은 내면의 아름다움은 뒷전으로 밀어둔 채 자기 외모에 많은 걸 투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성형외과의 매출은 자연히 높을 수밖에 없고, 성형외과 의사들의 인기는 늘 상한가를 누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젊은이나 늙은이나 할 것 없이 얼굴에 칼 대는 걸 유행으로 삼는 세상이 된 것이다.

공자가 쓴 효경 편에 신체발부(身體髮膚) 수지부모(受之父母)라는 말이 있다. 몸과 털과 피부는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다.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요즈음 젊은 세대들의 실상은 예쁘고 멋있고 튀는 얼굴이 단연 대세가 되어 버린 지 오래 이고 부모로 부터 물려받은 유전학적 닮은 얼굴은 무시당하고 배제당하는 현상이 되어 버린 지도 벌써 오래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요즈음 사람들이 심각하게 착각하는 게 하나 있다. 오류에 빠진 자신들을 뒤돌아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 즉 심상, 그러니까 마음의 상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얼굴로 운명을 보는 관상(觀相), 또는 손금으로 운명을 점치는 수상(手相)보다 한 수 위에 서서 운명을 논하고 있는 심상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익은 수박을 고르는 데 겉만 보고 고르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다.

주변을 보면 외모가 아주 복스럽게 잘생긴 사람이 참으로 많다. 스스로 운명이 열릴 정도로 부티가 나고 귀티도 나는데 그 자신에 대한 주변의 평판은 영 아니라는 소문이 지배적이다. 사귀고 보면 그렇지 않다거나, 성질머리가 더럽다거나, 남이 잘되는 꼴을 보지 못하는 게살로 가득 찬 사람이라거나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거나 하여간 겉과 속이 달라서 보는 것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아무리 외모가 잘 생기고 출중해도 심상 즉 마음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요즈음 회자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배가 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고 하는 말이다. 남 잘되는 건 눈 뜨고 보지 못한다는 극히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빗댄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놀부의 심보를 가진 사람들을 둘러댄 표현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하는 속담이 있는 것만 봐도 우리 한국 사람 중에는 참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들이 많다는 걸 생각하게 한다.

친구가 잘되면 축하해 주고 손뼉 쳐 줘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시기를 하고 게살을 놓는다. 네가 잘되는 꼴은 도저히 보지 못한다는 지극히 나쁜 심상 즉 좋지 못한 심보를 지닌 한국 사람의 표현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그런 성품의 사람이 결코 잘 되었다고 하는 것도 보고 들은 적이 없다. 남을 못되게 해놓고 자신이 잘 될 수 없는 것은 지극히 보편타당하고 공평한 업보(業報)의 철칙이 아닌가 싶다.

옛날에 어른들은 자식들을 보고 마음을 곱게 쓰라고 늘 당부했다. 며느리를 볼 때도 “마음이 좋다더냐 그 댁 어른들의 심상은” 하면서 늘 마음 씀씀이를 우선시하였었다. 그건 다름 아닌 마음이 고운지 아닌지 그걸 판단하기 위해서였지 싶다. 좋은 관상의 얼굴을 가지고 태어나 아름다운 마음을 지니고 밝은 표정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모든 일이 저절로 풀릴 것이다. 만사가 형통하고, 봄날에 꽃이 피고 새들이 날아드는 현상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지성과 교양이 물결치는 아름다운 세상에 검은 마음으로 골목을 헤집고 다니는 저 무지한 자들에게 어떤 가르침으로 회개시킬까. 성직자도 아닌 내가 이런 고민을 늘 하는 이유는 과연 뭘까. 남의 말로 상처를 입고 잠을 설쳐본 적이 있는 사람은 이해가 될 것이다. 고운 마음 즉 심상을 아름답게 지니고 쓰는 것은 복업(福業)을 쌓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사실만 알아준다면 반쯤은 성공한 전도가 아닐지 싶다. 사람이라면 마음을 잘 써야 한다. 그것이 곧 행복의 첩경이자 성공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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