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그 많던 떡볶이집은 어디로 갔을까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초등학생 시절, 학교 앞에는 작은 떡볶이집이 있었다. 카레가루와 후추를 넣어 살짝 칼칼한 맛이 나는 떡볶이를 종이컵에 담아 300원에 사먹었던 기억이 있다. 떡볶이집과 등을 맞댄 점포에는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문방구가 있었다. 이름만 문방구지 사실 불량식품을 파는 구멍가게에 가까웠는데 여름에는 슬러쉬가, 겨울에는 기계로 구워낸 호떡과 소시지가 인기 상품이었다.

얼마 전 고향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문득 어릴 적 먹었던 떡볶이와 슬러쉬의 불량한 맛이 떠올라 학교를 찾았다. 학교 앞 풍경은 충격적으로 바뀌어있었다. 떡볶이 가게는 온 데 간 데 없고 거대한 전자담배 전문점이 들어선 것이다. 바로 옆에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오픈해 운영 중이었다. 떡볶이집은 어디 갔냐는 질문에 답하던 커피숍 주인의 말이 선명하다. "애들이 없으니까 다 문 닫았지 뭐"

'애들이 없다' 최근의 국내 상황을 꿰뚫는 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 최하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남녀 두 명이 만나 둘은 고사하고 1명도 채 낳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해당 수치를 대입하면, 부부 100쌍(200명)이 평생 낳는 아이가 78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태어나는 아이가 없으니 인구는 소멸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인구는 12만4,000명이 자연감소했다. 출생아수는 24만9,000명에 그친 반면, 사망자수는 37만3,000명을 기록한 결과다. 강원도의 상황은 보다 심각하다. 지난해 도내에서는 사망자수(1만5,079명)가 출생아수(7,278명)를 2배 이상 넘겨 인구 7,801명이 사라졌다.

출생률 감소로 타격을 입는 것은 학교 앞 떡볶이집, 문방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도내 산업계 곳곳에서는 벌써부터 '일 할 사람이 없다'는 아우성이 들린다. 외식업계에서는 서빙로봇, 주문로봇에 이어 계산로봇까지 등장했고, 건설업계는 대학과 연계해 장학금,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인력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살 사람'이 없는 것도 문제다. 유아동 인구가 줄며 해당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는 업계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당장은 유업계, 유아용품업계, 교육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소비인구 감소는 산업계 전반의 고민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응이 시급하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묘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 해결을 위해 내년 예산 15조4,000억원을 편성했다. 부모급여를 확대하고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 가구를 늘린다고 한다. 출산가구에 대한 주택공급도 연 7만호를 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과거 시행된 정책을 이름만 바꿔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

국민들 반응 역시 시원찮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서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 청년 비중은 36.4%를 기록했다. 10년 전(56.5%)보다 20.1%p 감소한 수치다. 15년 간 280조원이라는 예산이 무색하게, 아이는 물론 결혼조차 하지 않겠다는 청년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합계출산율 0.78명'이라는 성적표를 만든 비슷한 정책을 반복한들 달라질 것은 없다. 올해에는 출산율이 0.7명을 넘어 0.6명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저출산 정책의 오답노트 정리가 필요한 때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