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숨진 군산 초등교사, 교장의 결재서류 반려에 힘들어해"…교장 관사 가구까지 날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동료교사 "예산 관련 업무 많이 담당…업무처리방식에 어려움 느껴"
숨지기 며칠 전에도 "머리가 아프다"며 수 차례 조퇴 한 것으로 확인

◇A교사가 동료에게 보낸 카톡 내용[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속보=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이후 3명의 교사가 잇따라 숨진 가운데 전북 군산시 동백대교 아래로 투신해 숨진 초등학교 교사가 학교장과 업무처리과정과 사적인 민원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숨진 A교사가 주말에도 집에서 업무를 해야 할 정도로 격무에 시달렸다는 정황도 추가로 확인됐다.

A교사는 스마트칠판 등 에듀테크 업무와 돌봄 업무를 전담하면서 교장인 B씨와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녹취록과 A교사의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A교사는 평소 예산과 관련된 업무를 배정받아 교장과 소통을 자주 해야 했고, 교장의 꼼꼼한 업무처리방식에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

특히 주말에도 업무포털에 접속해 일을 해야 했을 정도로 업무량이 많았다.

A교사의 동료 교사는 "A교사가 결재서류를 올릴 때 '교장이 어떻게 해도 반려할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했다"면서 "또 교장의 개인적인 민원도 처리해 왔다"고 말했다.

실제 A교사는 같은 학교 동료교사와 함께 B교장의 관사에 놓을 가구를 나르는 데 동원되는 등 개인적인 민원까지 처리했다.

A교사는 지난 6월 또 다른 동료교사에게 '아니 (특정 일을) 갑자기 할 수 있는 거 인정할 수 있어. 그러면 남이 하는 것도 인정을 해줘야지 왜 내(교장)가 하는 것만 되고 네(A교사)가 하는 건 안 돼', '올해 12월까지 예산안 쓰려는데 못 쓸 거 같아. 다 싫다고 해서 그냥 가만히 있어 보려고' 등 교장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A교사와 동료교사간 대화 내용[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은 "A교사와 같이 근무한 교사들도 A교사와 교장 사이에 문제가 있었다는 진술을 했다"면서 "고인의 장례식장에서 A교사의 임용 동기들과 학교 관리자분들 사이에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A교사는 숨지기 며칠 전에도 "머리가 아프다"며 여러 차례 조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A교사의 동료교사는 "유족에게 듣기로는 A교사가 숨지기 며칠 전 두 차례 머리가 아파 조퇴를 했다고 한다"며 "관련 업무를 하면서 A교사가 개인 카드를 쓰기도 하고,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6학년 담임을 맡았던 A교사는 담임 업무 외에 방과 후, 돌봄, 정보, 생활, 현장 체험학습 등 상당히 많은 업무를 전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교사는 경력 10년의 베테랑 교사였지만, 진로·진학 등 업무가 가중되는 6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나머지 추가 업무를 담당하는 데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A교사와 이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 교사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A교사는 지난 6월 한 동료 교사에게 '나도 이제 나름 10년 했는데 이렇게 학교생활 힘들게 하긴 처음이다', '학교 일로 스트레스받아본 건 처음이다. 진짜 내 인생에서 학교 일은 열에 하나, 둘이었는데 지금은 여섯, 일곱이 돼버렸다' 등 과도한 업무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A교사는 숨지기 전날 있었던 회식 자리도 거절했다. 이날 회식은 업무에 힘들어하는 A교사를 위해 동료 교사와 관리자급 교사가 마련한 자리였다.

A교사가 근무한 학교는 소규모 학교로 교장을 제외한 정교사 3명과 강사 2명으로 교원이 구성돼 있다.

취재진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입장을 듣기 위해 B교장과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답변을 거부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에서 서울 양천지역 초등학교 14년차 교사가, 지난 1일에는 전북 군산시 동백대교 아래 해상에서 군산지역 초등학교 교사가 각각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최근 나흘 사이 3명의 교사가 사망했다.

한편 군산해양경찰서는 최근 A 교사가 재직했던 초등학교의 교사 2명, 행정 직원 1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해경은 교사 등 3명을 대상으로 A 교사가 사망에 이르게 된 배경에 관해 물었다.

이들은 A 교사에게서 특별한 징후는 느끼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조만간 학교장도 불러 평소 A 교사와 관계, 업무 강도 등을 물을 예정이다.

해경 관계자는 "A 교사가 그러한 선택을 한 배경에 무엇이 있었는지 조사하는 과정"이라며 "수사가 진행 중이라 많은 말은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