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여기 모인 건 임금 인상을 위해서도, 특정 단체가 주도해서도 아닙니다. 진상 규명과 공교육의 정상화, 고작 2가지입니다. 우리가 교사라는 직업의 수명을 다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 뿐입니다. 얼마나 더 많은 교사가 비극적인 일을 겪어야만 우리의 말을 들어줄 것인지 교육당국에 묻고 싶습니다."
4일 오후 5시30분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앞 마당. 검은 옷을 입고, 흰 국화를 든 교사들이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아스팔트 바닥 위에 차례차례 앉았다. '서이초 선생님 49재 추모제' 및 '9·4 강원교육 공동체 회복의 날' 행사장 단상에 선 익명의 교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추모시를 읽어 내려가자 곳곳에서 소리없는 울음이 터져 나왔다.
이날 행사에는 춘천을 비롯한 원주, 강릉 등 도내 18개 시·군에서 온 교사와 학부모, 학생 등 1,000여명이 동참했다. 평교사뿐 아니라 교장과 교감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갈수록 추락하는 교권과 무너지는 공교육에 대한 위기가 교사들을 학교 밖으로 이끈 것이다.
참석자들은 추모의 분위기 속에서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며 그동안 참아온 울분과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한 신규 교사는 이날 추도사를 통해 "온 마음을 다해 자신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지도한 것이 잘못이라면, 이 자리에 있는 선생님들 누가 마음껏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겠느냐"며 "사랑해서 애정어린 손으로 쓰다듬는 이 상황들이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걸 모든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김동수 양양초 교장은 단상에 올라 "법이 제 역할 못 하니 제발 고쳐 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정말 잘못된 일인가. 교사가 교실에서 아이들을 마음 놓고 가르칠 수 있게 해달라는 외침이 그렇게 부당한 일이냐. 견디다 못해 우리의 책임을 다할 테니 제발 당신들이 할 일을 제대로 해 달라고 말하는 게 파면이니, 해임이니 하고 겁박할 일이냐"라고 교육당국을 비판했다.
예비교사들과 학부모들도 교사들에게 힘을 실었다. 한 춘천교대생은 "이번 사건 이후 극단적으로 교직의 꿈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친구들이 생겼다. 학생과 교사가 모두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는 교실을 만들어주세요. 당연한 요구가 이뤄지지 않는 지금의 교실은 너무 무섭다"고 했다. 춘천지역 초교 학부모 회장은 "모든 학부모가 같은 생각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응원한다는 걸 알아달라"고 했다. 이날 도내 곳곳에는 교사들을 응원하는 학부모들의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한편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은 이날 행사와 별도로 교육청 앞마당에 추모 공간을 조성했으며 신경호 교육감은 오후 5시께 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