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정칼럼] 양형조사제도의 활성화를 기대하며

진원두 춘천지방법원 부장판사

형사재판 업무를 하다 보면 피고인의 말을 많이 듣게 되고 피고인이 제출한 자료를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러나 그 내용들이 양형기준에서 정한 양형인자를 빠짐없이 담고 있지 못하고 있고, 자료가 보완되면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은 경우에도 그 자료가 누락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또한 형사재판에 제출되는 피해자의 자료들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에 대하여 원하는 입장이나 피해 회복 여부에 대한 자료가 있어도 양형인자 충족 여부를 명확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피해자 본인이 제출한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피고인 또는 피해자가 제출한 자료들이 양형인자를 충족하는지, 피고인 또는 피해자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양형인자가 존재하는지를 알 수 없을 때는 그러한 상태로 판단을 하기 보다는 그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법원조사관에 대하여 양형조사를 의뢰하여 왔습니다. 그리고 법원조사관의 조사결과를 받아 양형기준에서 정한 양형인자들을 충족하는지, 그에 따라 양형기준 중 어느 항목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한 후 구체적으로 형을 정하였습니다.

양형조사를 했던 사례들 중에서 기억나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피해자의 부모가 미성년자인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으로서 피고인과 합의하였는데, 피해자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양형조사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 피해자는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고 있고 피해자의 부모가 피해자의 의견을 묻지 않고 피고인과 합의하였다는 사실이 확인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반면에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였다는 내용의 합의서에 피해자의 이름만 적혀 있을 뿐이고 피해자가 실제로 합의한 것인지 불분명한 사안에서 양형조사를 실시하여 피해자가 피고인과 합의한 것이 맞고 그 합의의 구체적인 경위까지 확인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피해금액을 모두 송금하여 회복시켰다고 주장하면서 그 송금내역을 제출하였는데 양형조사 결과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대하여 다른 채권을 회수한 것일 뿐이고 피해금액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그 증빙자료도 제출하였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법원조사관들이 조사한 사례들 중에는 피고인과 피해자 및 그 가족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법원이 들어준다는 그 자체만으로 고마워하였다는 사례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설정해 준 근저당권에 관하여 법원조사관이 경매 및 민사업무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예상되는 회복 정도를 조사한 사례, 법원조사관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중립적 입장에서 피해 회복의 중재자 역할을 한 사례 등이 있습니다.

법원은 충실한 양형심리를 위하여 2009년 법원조직법 및 법원조사관 등 규칙에 근거하여 양형조사제도를 실시한 이후 지난 13년간 양형조사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조사관에 대한 명문의 근거 규정이 없어 그 권한 및 조사 범위에 제약이 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하여 충실한 양형심리에 일정한 한계가 존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춘천, 원주 등 강원특별자치도 내 넓은 지역의 많은 양형조사사건을 춘천법원 법원조사관 1명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2022년 9월 사법행정자문회의는 공정하고 충실한 양형심리를 위하여 법원조사관에 의한 양형조사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하여 양형조사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결정하였습니다. 양형조사제도의 활성화를 통해 형사재판에서 적정한 양형판단을 위한 자료들이 충실하게 확보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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