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황혼육아를 보상하라

이희자 춘천시의회
복지환경위원장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 이 말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손주를 두고 나온 말이다. 어느 작가가 손주는 노후의 축복이라고 말할 정도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존재다. 금방 보고 돌아섰는데 또 보고 싶고, ‘하비’ ‘함미’ 하며 말이 트이기 시작하면 더욱 심해진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노후의 감성을 자극한다. 가끔 들르는 손주이기에 그렇다. 그럼에도 가면 더 반갑다는 말이 나온 이유는 왜일까? 얼굴은 보고 싶지만 막상 오게 되면 힘에 부치는 상황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놀이터에서 손주와 시간을 보내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은 이제 낯선 모습이 아니다. 황혼육아의 익숙한 풍경이다. 육아는 물론이고 살림까지 도맡아 하기 일쑤다. 노후의 편안한 삶을 꿈꾸던 어르신들은 사실상 ‘육아 근로’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조부모에게 육아를 맡기는 이유는 기관에 비해 경제적 부담이 줄고 아이들의 정서적 측면에서도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보육실태조사에서 가정에서 영유아를 돌보는 사람의 84%는 조부모로 나타났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조부모의 손주 양육일수는 주당 5.25일, 시간은 42시간 이상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일반 근로자의 근로 시간과 맞먹는 노동 강도다. 이들은 팔다리 통증은 기본이고 우울증까지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손주병이다.

자식 키워 놓고 여행도 다니면서 편히 쉴 꿈에 젖어 있던 그들에게 이제는 작은 보상이라도 해 줘야 한다.

조부모 손주 돌봄 수당을 지원해야 한다. 이 제도는 주민등록상 주소가 같은 조부모를 대상으로 영유아 보육에 필요한 교육을 시행한 후 손자녀 돌봄 시간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다.

2022년 춘천시 사회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님 생활비는 부모님 스스로 해결한다는 응답이 71.7%로 높게 나타났다. 영유아 보육 지원은 시설 확충이나 서비스 향상보다 보육비 지원 확대를 원하는 응답자가 38%로 가장 높았다. 스스로 생활비를 해결하고 계신 부모님께 손자녀 돌봄의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 드리기 위해서는 돌봄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이는 조부모의 노동 가치를 인정함으로써 노인 복지 수준을 끌어 올리고, 부모들에게는 육아 스트레스의 해방을, 아이에게는 정서적으로 안정된 돌봄을 받을 수 있어 3세대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조부모 돌봄 수당은 서울시와 광주광역시가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부터 만 24~36개월 이하 영유아를 월 40시간 이상 돌볼 경우, 중위소득 150%인 가정에 영아 1인당 월 30만원씩 지원한다. 광주광역시는 올해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제도 변경을 협의해 지난해보다 사업비를 두 배 늘린 6억원을 책정하는 적극 행정을 펼치고 있다. 경상남도는 중위소득 15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를 지원하는 경남형 손주돌봄 지원사업을 내년부터 시행한다.

황혼육아 스트레스는 자녀와의 갈등, 부부간의 스트레스로 커지는 경우도 많다. 조부모의 육아는 이제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가족 간의 이해와 배려로 해결하기에는 한계에 이른 것이다. 이제는 개인 가정사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고 있다.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조부모들의 읊조림을 푸념이 아닌 절규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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