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 ‘기후재난’ 막아야 한다

고기연
산림항공본부장

예전에는 사계절이 있어 살기 좋다고 했다. 그러나 산림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봄이면 전국을 가릴 것 없이 발생하는 산불, 여름에는 큰비에 산사태, 겨울이면 북극에서 내려오는 찬바람으로 서울은 모스크바보다 더 추운 날씨가 된다.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양상은 다양하며 상황은 심각하다. 산불로 인해 올 7월18일 그리스 동남부에서 주민과 관광객 3만명이 긴급 대피하는 광경이 속보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퀘벡주 등 캐나다 동쪽지역도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수백건의 산불이 발생, 미국 동부지역 대기질을 사상 최악으로 만들었다.

앞으로의 재난 발생 위험에 비상한 대응이 요구된다. 물불 가리지 않는 기후위기에 지금과 같은 대처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이와 같은 우려감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탄소배출량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선진국가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각 나라의 이해관계 또는 특수성으로 한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고 있으며 실효적이지 못하고 대응체계 또한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국내를 돌아보면 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장마가 남기고 간 피해 규모에 각성하며 재난관리체계를 전면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대응과 복구에 치중했던 것을 앞으로는 사전 예방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행정안전부 발표가 있었다. 문제는 현장의 대응체계다. 재난위험 시 지역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의 보전이 행정기관의 실무담당자가 걸려오는 전화 한 통을 받았느냐 여부에 달려 있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재난위험이 예상되거나 실제 재난이 발생했을 때 해당 지자체장이 적기에 현장에 위치했다는 사실만으로 대응체계의 대강은 세워진 것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현장지휘본부장으로서 지자체장이 재난대응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과 실제 지휘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과 훈련은 앞으로 강화돼야 할 것이다. 매년 봄철 발생했던 대형산불이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 최악을 가정해 예방과 대응체계를 사전에 가다듬는 것이 마음 편한 것이다.

겨울에 충분한 눈이 오지 않으면 통상 봄철에 시작하는 산불시기는 1월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공중진화를 담당하는 산림청 기관 입장에서 내년 봄 산불진화헬기의 가동률 저하도 우려된다. 지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산림청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러시아산 헬기의 부속품 수급이 원활치 못해 가동률이 예년에 비해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을 포함한 유관기관 헬기들의 동원체계 강화, 대체자원으로 서방에서 제작한 진화헬기의 도입 등 비상한 대책들이 당국에서 검토되고 있다. 국내외의 상황이 여의치 않기에 일선에서 산불 사전 예방과 지상에서의 진화능력을 보강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위기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 선제적인 대응정책과 충분한 기술 개발로 재난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현명한 선택과 선제적인 행동으로 물불 가리지 않는 기후재난을 헤쳐 나가는 지혜와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