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밖으로 다 같이 나가는 거야, 훈련할 때처럼.”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주연한 미국 할리우드 영화 ‘유치원에 간 사나이’(1990년)의 한 장면이다. 악당이 유치원에 불을 지르자 놀란 아이들을 진정시키며 했던 말이다. 덕분에 아이들은 안전하게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미국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은 100여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Risk Watch’는 미국의 대표적인 아동·청소년 대상 종합 안전교육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 교육·산업현장에서 주로 행해지는 교통·화재 안전교육뿐 아니라 질식, 약물중독, 낙상, 무기, 자전거와 보행, 물놀이 안전교육 등 총 8개 분야를 망라하는 실습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10년 전쯤부터 우리나라도 아이들의 안전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소방서에는 관련 문의 전화가 쇄도했고, 해당 부서는 안전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전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게 있다. 바로 실습하는 시간이다. 전교생이 한곳에 모여 눈으로 보는 시청각형 교육에서 실습을 위주로 하는 체험형 교육으로 바뀐 것이다.
그 덕분이었을까. 2019년 충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 층이 불에 타는 화재에도 전교생과 교직원 900여명 모두가 대피하며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올해로 두 번째 맞은 ‘대한민국 청소년 안전캠프’는 철저하게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다. 지난해에 사랑받았던 교육과정에 두 배 이상의 교관을 증원 배치했다.
또한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놀이형 교육 프로그램 추가 개발을 통해 몸으로 체득하는 학습 효과를 극대화했다. 전국의 아이들과 부모들이 여름에 태백시를 찾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안전과 놀이라는 두 마리를 모두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안전캠프의 인기는 해마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안전 문화’라는 용어는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 누출 사고에 따른 국제원자력안전자문단(INSAG)의 보고서에 처음 사용됐다. 국제원자력안전자문단은 안전 문화의 의미를 ‘조직과 개인의 자세와 품성이 결집된 것으로 개인의 헌신과 책임이 요구되는 것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안전 문화는 하루아침에 쉽게 정착되는 것이 아니다. 부단한 노력과 교육 그리고 시스템 개선을 통해서만이 획득될 수 있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안전 의식을 일깨워주는 습관을 들인다면 평생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산대사는 “눈길을 걸을 때 나의 발자국이 뒷사람을 위해 어지럽게 걷지 말라(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고 하셨다. 우리가 오늘 내딛는 걸음이 아이들의 소중한 미래를 위한 등대가 될 것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