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천 출신으로 양구 박수근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제5기 입주작가인 나광호 작가가 오는 10일부터 서울 OCI미술관에서 ‘강원도감’을 주제로 전시를 펼친다.
이번 전시는 그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홍천 구만리와 춘천, 그리고 양구와 원주 일대를 돌아 다니며 지난해부터 작업 중이던 그만의 생태계 도감을 만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일반적인 도감은 사진이나 그림 등 자세한 묘사와 함께 설명이 덧붙여져 있지만, 그의 도감은 예상을 벗어난다. 그는 매일 마주하는 환경과 자연을 주제로 그 안의 나무, 숲, 들꽃 더 나아가 시들어 버린 풀들의 모습까지 담아낸다. 질긴 생명력을 안고 살아가며, 해와 비를 견디는 이들의 모습은 나 작가의 손에서 판화와 회화 작품으로 되살아난다.
그는 고유함과 오리지널을 뒷받침하는 작품을 제작하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보고, 느껴야지만 작품에 담을 수 있다고 믿는 그의 시선에서 바라본 강원 곳곳의 생명은 그 자체로 고귀하다. 자연을 구성하는 모든 소재들이 한데 뒤엉켜 평화를 만든다. 익숙하면서도 흔하고 평범한 도감의 소재가 바쁘게 살아가던 우리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나광호 작가는 “강원도감은 사실 ‘가장 쓸데없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은 어쩌면 예술의 역할이자 예술이 위치할 곳이라 생각했다”며 “가장 쓸데없는 소재와 역행하는 태도로 평범한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익숙했기에 지나쳤던 것들을 담았다”고 말했다.
한편, 나 작가는 올해 강원도감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전시와 함께 강원의 실제 장소임을 증명하는 현장성이 담긴 사진과 과정을 담은 도감을 제작해 출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