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보도된 강원일보 기사 ‘고등학생 국어 지문 읽기 능력 떨어져’를 보면 강원지역 고교생 10명 중 1명 정도는 읽기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춘천시학원연합회가 춘천과 원주, 강릉 등 도내 고1~고3학생 4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인데 국어 영역 45문항 가운데 응답 학생의 절반이 지문을 다 읽지도 못했다. 심지어 41문항 이상 풀었던 학생은 10.3%에 불과했다.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론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눈으로 지문을 읽고 있지만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해력 문제는 한자 교육의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어는 단어의 과반이 한자어이기 때문에 한자 교육 없이는 그 의미를 짐작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지문을 독해할 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해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결국 정해진 시간 안에 지문을 다 읽을 수 없는 것이다.
그 원인은 한자의 기피를 넘어 한자를 혐오하기에 이른 젊은 세대의 분위기에 있다. 최근 영어 문화권에서 유래된 외래어의 급증은 그들의 한자 거리두기를 가속하고 있다. 이에 더해 한자어를 한글로만 적는 것 역시 그 의미를 이해하기 힘들게 하고 이는 다시 한자어를 배척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한자 교육을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한글 교육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한글과 한자를 동시에 습득하며 그 의미 역시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한자를 중국의 문자라고만 여기는 인식을 탈피하고 한글 속에 포섭해 우리 글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한자 병기 역시 고려해 볼 만한 문제다. 필자가 어렸을 때 신문 제목은 한자로만 표기된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후 시간이 지나 한자가 한글과 병기되다가 오늘날에 이르러선 한자가 쓰이는 경우를 거의 보기 힘들어졌다. 국어 교과서 역시 한자 병기로 이루어졌었는데, 앞으로 국어 교과서만이라도 한자 병기로 되돌아가길 바란다. 연패와 같이 한글로만 표기했을 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단어나, 무운과 심심 등 잘 쓰이지 않는 문어체 표현들은 한자 병기를 했을 때 그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다.
한편 한문 교과는 중·고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은 되어 있으나 외국어 영역으로 분류되어 그 효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그마저도 다른 외국어 교과 역시 배워야 하기 때문에 1년 정도밖에 배울 수 없다. 따라서 한문 교과를 국어 영역으로 편입해 분류한다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되고 고전을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자어를 아는 것은 다른 교과 학습에도 영향을 미칠 뿐더러 직접적인 어휘력을 높여 학업 성취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편이 된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핵심 어휘나 주요 개념 등은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자 교육의 강화는 학생들의 이해력과 어휘력의 유의미한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독서나 작문, 혹은 대화와 같은 일상적 상황에서도 대부분 한자어가 활용된다. 따라서 한자어를 교육하는 것은 학생들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초등 독서 교육의 경우 한자 공부를 병행했을 때 더욱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름 아닌 글로벌 시대다. 아시아권 국가인 중국, 일본, 대만 등에서 대부분 한자를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자 교육의 강화는 그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 낼 수 있고, 그로 인한 교류 역시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초등학교 한자 교육 강화는 글로벌 시대를 선두하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